위기에 빠진 세계 2위 낸드플래시 기업인 일본 도시바가 낸드를 포함한 반도체 사업의 분사를 공식화했다. 수조원대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한 핵심 카드이자 SK하이닉스가 낸드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분사 회사의 지분을 사들일 수도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도시바가 자금난을 해소하고 낸드 1위인 삼성전자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지 1월23일자 13면 참조
30일 업계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오는 3월31일까지 반도체 분사 계획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도시바는 경영권을 지키면서도 반도체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분사 자회사의 지분을 최대 19.9% 매각할 예정이다. 업계는 도시바가 지분 매각을 통해 2,000억~3,000억엔(약 2조400억~3조600억원)을 조달할 수 있다고 내다본다.
도시바가 매각할 지분의 유력한 인수 후보는 미국 디지털 저장매체 기업인 웨스턴디지털이다. SK하이닉스도 급한 자금을 대주고 도시바의 낸드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지분 매입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26일 “도시바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결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원자력발전소 사업에서 최대 7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되는 도시바는 시가 시게노리 회장의 사퇴설까지 대두할 정도로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다. 반도체 사업 분사는 원전 사업 손실이 반도체 사업에 줄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다. 도시바는 2019년까지 반도체 설비에 8,6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이 돈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하지만 도시바가 분사를 통해 안정적 자금을 확보하고 의욕적인 투자에 나서면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크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도시바는 지난해 3·4분기 기준으로 세계 낸드 시장의 19.8%를 점유했다. 36.6%를 차지한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자다. 도시바는 올 상반기 중 64단 3차원(3D) 낸드 양산을 개시해 삼성전자를 따라잡고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벌린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