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최근 발표한 지난해 4·4분기(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4,881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거둔 영업이익보다 31.5%나 늘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예상보다 저조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영업이익률은 직전 분기의 반토막 수준인 7.6%로 낮아졌다. 이와 관련,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급등한 원재료 가격을 제품 가격에 온전히 전가하지 못해 이익률이 악화했다”고 분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포스코가 열연·냉연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 투입 비용이 톤당 4만원 늘었지만 제품 가격 인상은 톤당 1만4,000원에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제철도 상황은 비슷하다. 원재료 값 급등을 고려해 일찌감치 자동차 강판 가격을 올렸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발만 굴러야만 했다.
지난해 원재료 값 급등에도 이를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이익률 감소를 떠안았던 고로(高爐·용광로) 업체들이 가격 인상을 벼르고 있다.
30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고객사와 본격적인 제품 가격 조정 협상에 돌입하는 포스코·현대제철이 가격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지난 4·4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급등한 원재료 가격을 다 반영하지 못해 원가 부담이 컸다”면서 “올해 1·4분기에 판매 가격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제철 역시 “현대·기아차와 자동차용 강판 가격 조정 협상을 2월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이 ‘맏형’ 격인 현대·기아차를 상대로 자동차 강판 가격 협상을 벌이는 것은 지난 2015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철강업계는 지난해에도 제품 가격 인상이 있었지만 이는 원재료 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 증가를 다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원재료 가격 상승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 이미 열연 유통 가격을 톤당 12만원을 추가로 올렸다.
포스코에 비해 현대제철은 가격 인상이 더 절실하다. 지난해에야 봉·형강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정도의 유례없는 호황을 누려 자동차 강판 수익 악화를 보전했지만 올해도 봉·형강 사업 호조를 장담하기 어렵다.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을 이끌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업계에서는 톤당 15만원 정도의 자동차 강판 가격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지만 현대제철이 가격 인상을 이끌어내야 할 상대인 현대·기아차도 고정비용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일로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현대·기아차에 자동차 강판 전량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번 가격 조정 협상에 올해 판재류 사업의 수익성이 판가름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6년 만에 5조원대로 내려앉고 영업이익률도 크게 낮아지는 등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현대제철이 현대차를 상대로 제품 가격 인상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관심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