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잇따른 지지율 하락으로 대선 주도권 확보에 비상이 걸렸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30%까지 육박했던 지지율이 10%대 중반까지 떨어지자 야심 차게 구상했던 ‘빅텐트’ 구축도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당장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보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지율이 10%를 넘을 경우 반 전 총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반 전 총장이 우선 빅텐트 구축에서 한발 물러난 뒤 범보수 후보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31일 자신의 캠프가 마련된 서울 마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치권에 ‘개헌추진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낡은 틀을 깨기 위해 개헌에 동의하는 모든 정당·정파가 한자리에 모여 대선 전 개헌을 실현하자”고 주장했다.
한때 이날 간담회가 열리기 전 반 전 총장이 ‘바른정당 입당’을 선언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입당과 창당을 두고 고민하던 반 전 총장이 자신의 진로를 결정했다는 소식에 간담회장은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하지만 그동안 수차례 밝혔던 개헌 주장만 또다시 반복했다. 설 연휴 공식일정을 잡지 않고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과 회동하며 빅텐트에 매진했지만 이에 대한 성과는 내놓지 못했다. 오히려 야권 인사들의 제안 거부로 빅텐트 구축에 난항을 겪자 개헌을 공개 제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야는 즉각 반발, 또는 시큰둥한 반응이다. 문재인 측은 “국민의 요구와 동떨어진 정치권만의 이합집산”이라며 혹평했고, 안철수 측은 “논의하기 이르다”며 반 전 총장의 제안을 일축했다. 정운찬 측도 정치공학적 협의체라며 “그런 식이라면 함께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런 말씀은 들어오자마자 하셨어야 하고 방식도 옳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은 “개헌연대라는 명분은 좋지만,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자칫하면 정치공학적 연대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한 발 더 나가 반 전 총장의 ‘촛불 변질’ 발언을 언급하며 “반 전 총장이 개헌협의체와 이를 동시에 말하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광장 민심이 초기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됐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지지율 반등을 위해 ‘바른정당 입당’과 ‘독자 세력화’를 두고 조만간 결심할 것으로 보인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만나 입당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에서는 독자 세력화를 두고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 전 총장은 2월1일 오전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을, 2일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