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환율전쟁 선전포고]'레이건시대' 재건 꿈꾸는 트럼프...'플라자 합의' 새버전 내놓나

"中·日·獨이 해온 짓 보라"

무역흑자국에 노골적 공세

'반강제적' 양자협상 통해

달러 약세 유도 계산 깔려

강달러 대세 이어지겠지만

트럼프 잦은 구두개입에

외환시장 요동 되풀이할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31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미국 제약 업계 대표단과의 조찬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일본이 수년간 환율을 조작해 통화 약세를 유도해왔다고 지목하며 광범위한 환율전쟁을 예고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31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미국 제약 업계 대표단과의 조찬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일본이 수년간 환율을 조작해 통화 약세를 유도해왔다고 지목하며 광범위한 환율전쟁을 예고했다. /워싱턴DC=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독일 등 주요국을 노골적으로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특히 그의 과격한 행보는 자신처럼 논란 속에 취임했지만 전후 최고의 미 대통령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 같은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1985년에 도출한 ‘플라자합의’를 새롭게 재연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의 호조 속에 올해 금리 인상이 수차례 단행될 경우 강달러 추세는 불가피하지만 기업인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국을 압박해 인위적으로 브레이크를 걸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매몰된 트럼프노믹스에 대해 미국 경제학계는 지난 대선 기간부터 줄곧 ‘불가능한 일’로 비판의 시선을 보내왔다. 세금을 줄이면서 동시에 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을 확대하겠다는 트럼프의 구상 자체가 모순이라는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계획이 나오자 재원마련을 위한 대규모 국채 발행 가능성에 지난해 말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단숨에 2.6%까지 40bp가량 뛰어올랐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5~0.75%로 인상한데다 올해 세 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외환시장은 이미 강달러 기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보호무역 강화를 제외한 미국의 거시경제 상황이 달러 강세로 쏠리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강달러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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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배경 탓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수년간 미국을 상대로 수천억달러의 무역 흑자를 기록한 중국·일본·독일을 지목한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들 3국의 천문학적 무역 흑자를 ‘환율조작’ 때문으로 몰아붙여 상대국 통화 강세와 달러 약세를 유도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실제 레이건 정부 시절 재정 및 무역 적자를 함께 일컫는 ‘쌍둥이 적자’가 급증하자 일본·독일·영국·프랑스 재무장관을 불러 달러 약세와 엔 및 마르크 강세를 인위적으로 유도하는 ‘플라자합의’를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이끌어낸 바 있다.

하지만 주요7개국(G7)과 주요20개국(G20)이 “통화가치는 시장에서 결정한다”고 공개적으로 합의한 상황에서 이른바 ‘2차 플라자합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개별 국가와의 양자 협상을 통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 재무부는 지난해 이들 3개국을 환율관찰국으로 지정한 상태여서 상대국과 관련 협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확보해놓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정부가 당장 본격적인 양자 협상에 나서지 않더라도 시장은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RBC은행의 애덤 콜 수석외환분석가는 “미 경제 호조에도 달러 강세가 계속되지는 못할 것 같다”면서 “당분간 외환시장에 변동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뉴욕=손철특파원 김상훈기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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