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금융정책

4대銀 주담대 잔액 1.7조 급감

올 분양시장 냉각·대출규제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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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분양시장의 열기가 가라앉고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확연히 꺾였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전년 말보다 눈에 띄게 감소한 것. 은행들은 규제가 강화되는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 쪽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최근 대기업 대출 연체율 등이 개선되면서 한동안 줄어들었던 은행권의 대기업 대출도 다시 증가하는 모양새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4대 은행의 주담대 등 대출잔액을 조사한 결과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총 304조7,535억원으로 전년 말(306조5,031억원)에 비해 1조7,496억원 감소했다. 분양시장 열기와 맞물려 끝모르게 늘어나던 은행권 주담대 잔액 증가세가 올 들어 비로소 꺾인 것이다. 은행별로 보면 KEB하나은행이 9,228억원 줄어 가장 감소폭이 컸고 신한은행 5,858억원, 국민은행도 2,836억원 감소했다.

은행권 주담대 잔액이 한 달 만에 비교적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일차적으로 주택담보대출유동화증권(MBS) 등으로 유동화된 물량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의 경우 감소분 가운데 절반가량인 2,700억원의 주담대가 MBS로 유동화됐다. KEB하나은행 역시 대규모 유동화가 주담대 감소의 주 원인이다. 이와 더불어 1~2월이 부동산시장 비수기로 신규 대출이 많이 일어나지 않는 반면 주담대 상환물량은 꾸준히 이어지면서 자연감소분이 증가분을 앞지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담대에 포함된 집단대출의 경우 소폭 증가세를 나타냈다. 1월 전국 각지에서 입주물량이 쏟아진데다 최근 2~3년간 계약된 집단대출 물량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4대 은행 집단대출 잔액은 88조1,215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924억원 늘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규 집단대출은 거의 취급하지 않지만 기존에 계약된 집단대출에서 아파트 준공 등과 맞물려 대출이 꾸준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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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담대와 함께 가계대출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기업대출은 올 들어 증가세가 확연하다. 4대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354조5,971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5조6,103억원 증가했다. 특히 한동안 정체상태였던 대기업 대출도 2조4,911억원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8,241억원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각각 7,545억원, 7,374억원 늘었다.

대형은행의 한 기업대출 담당 임원은 “1월의 기업 대출 증가는 전년 말 결산기 기업들이 재무제표를 포장하기 위해 일시상환했다가 다시 대출을 일으키는 영향도 크다”면서도 “지난 1~2년간 대기업 대출을 꾸준히 줄여온 은행들이 최근에는 다시 대기업 대출을 정상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 통합 이후 꾸준히 대기업 대출을 줄여온 KEB하나은행의 경우 대출 포트폴리오가 개선된 만큼 앞으로는 인위적으로 대기업 대출을 줄이지는 않겠다는 여신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이처럼 은행권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지만 가계대출의 대표주자인 주담대가 올해 줄곧 하향세를 보일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올해 은행권 대출 증가율을 5% 이내로 관리한다고는 했지만 갈 곳 없이 떠도는 부동자금이 급증해 부동산시장이 다시 꿈틀거릴 경우 한꺼번에 대출시장이 달아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올해는 전체적으로 부동산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출 증가세를 관리하고 당분간은 소호대출이나 신용대출 시장에서 높은 이자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이익을 내려 한다”고 말했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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