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성장 갉아먹는 갈등 누가 수습하나

이용택 논설위원

사회갈등 G7 수준으로 낮추면

3%대 잠재성장률 달성 가능해져

대권주자 탄핵갈등 해소책 제시를



글로벌 지식시장에서 가장 잘 나가는 경제학자 중 한 명인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갈등이 경제에 미치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요소인 노동·자본·기술에다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관리가 경제성장의 숨은 요소라는 얘기다. 실제로 많은 연구보고서들은 갈등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도 경제성장의 성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우리 상황은 최악이다. 노동·자본·기술 모두에서 취약점을 드러내는 상태에서 사회갈등지수마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9개 국가 중 일곱 번째로 높은 데 반해 사회갈등관리지수는 최하위급이다. 여기에 탄핵정국까지 휘몰아치면서 갈등을 양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월30일 한 네이버 밴드에 올라온 글은 그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반대 한강 입수체험 결사대 모집’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 글은 노인이 애국하는 길은 입수 신청이라며 준비물로 태극기와 친필 유서를 요구했다. 집합장소는 마포대교다. 자살방조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한 인터넷TV와 인터뷰하고 박사모 회원 조모씨가 투신해 사망한 뒤 벌어진 일이다. 해당 게시물은 다음날 삭제되기는 했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박 대통령 퇴진 찬반 대립이 더욱 격화하는 모양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어느 쪽으로 나오든 간에 지금의 대립구조가 해소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그런 갈등이 없더라도 경제는 지금 바닥권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꿈조차 꿀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7%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2%대 저성장이다. 올해는 더 심각하다. 우리 경제를 비교적 낙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정부는 그나마 2.6%로 전망했지만 일본의 노무라는 2.0%까지 낮춰 잡았다. 자칫 2%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저성장 구조가 이어지면 나눠 먹을 과실이 줄어들면서 갈등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갈등관리가 저성장시대에 대응하는 주요 과제로 꼽히는 것도 그래서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둘러싸여 운신의 폭마저 줄어든 처지다. 머리 위에 있는 ‘다모클레스의 검’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난국 상황에 놓여 있는 게 한국 경제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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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박 대통령뿐 아니라 정치권 어느 누구도 이를 수습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진영논리로 맞서게 하거나 너나없이 권력을 잡는 데 목을 매고 있다. 박 대통령 퇴진 찬반을 놓고 투신과 분신 등 극단적인 의사 표현을 하는 것도 정치권의 책임이 크다. 오죽했으면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하면서 “정치적 기관들이 결코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는 안 되며 대화와 타협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겠는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수준이 OECD 평균 수준으로 개선된다면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0.2%포인트 올라가고 주요 7개국(G7) 평균 수준으로 오르면 실질 GDP는 0.3%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수준이 2016~2020년 연 2.7%로 추정되는데 사회적 갈등수준이 G7 수준만큼 줄어들면 3%대 잠재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어떻게든 탄핵갈등을 서둘러 수습해야 할 이유다. 앞당겨질 대선에 나설 주자들은 앞장서 그 대책을 제시하는 게 우선 책무다. 말로만 성장을 외칠 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이 더 이상 치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이를 풀어내는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이는 호남과 영남만 아울러서 될 게 아니다. ‘촛불’과 ‘태극기’도 봉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통합형 지도자다.

이용택 논설위원

이용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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