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당 체제 국회의 첫 시험대인 2월 임시국회가 1일 시작되면서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 처리 가능성이 대폭 높아졌다. 야권이 경제민주화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새누리당 역시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 일부 제도에 한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는 1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을 갖고 2월 임시국회 일정과 주요 처리 법안을 논의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상법과 공정거래법은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 등이 수시로 논의해서 합의점을 도출하려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재 통과 가능성이 높은 제도는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전자투표제 의무화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소액 주주들의 권리 행사를 위한 방안이다.
이와 관련 여야는 모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강조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강화도 실현될 가능성이 높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기업의 불법행위 등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경우 몇 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새누리당은 손해 원금의 3~4배 정도 수준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것도 여야 간 별다른 이견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중대표소송제는 자회사 지분을 일정 비율 이상 소유한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외국계 펀드가 악의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여러 명의 이사 선임 시 주주가 한 후보자에게만 의결권을 집중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도 논란 대상이다. 현재 공정거래법 관련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만 검찰의 공소 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피해를 입은 누구나 소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바른정당은 내부적으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와 별개로 각종 정치·사회 관련 법안들도 도마에 오를 예정이다.
선거 연령을 18세로 내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권과 바른정당은 찬성 입장이지만 새누리당은 학제 개편과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조건부 반대를 내걸고 있다.
새누리당이 추진하는 노동 4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파견법)은 파견법을 제외하고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청문회 불출석 증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대선과 보궐선거를 합치는 ‘공직선거법’도 2월 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