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수목드라마 ‘김과장’은 국내 대기업(극 중 TQ그룹)의 분식회계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다. 딱딱하고 어려운 분식회계 이슈를 안방극장을 통해 드러내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김과장의 남자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은 작품 속에서 분식회계를 어렵지 않게 ‘삥땅(돈을 가로채는 일)’이라고 표현한다. 시청자의 이해를 쉽게 돕기 위한 연출로 볼 수 있다.
무거운 이슈가 드라마까지 파고들어 온 것은 대우조선해양(042660), 대우건설(047040), STX(011810)그룹 등 최근 대기업의 분식회계 문제가 사회 부정부패의 대표적인 형태로 대중들에게 깊게 인식됐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 주된 갈등은 회계범죄에 정통한 검찰 출신으로 TQ그룹에 재무이사로 들어온 서율(준호 분)과 경리부 경력직 과장 김성룡, 대리 윤하경(남상미 분) 사이에서 빚어진다. 서율은 해박한 회계·법률지식을 바탕으로 TQ그룹의 분식회계를 돕고 김성룡과 윤하경은 이를 막아내고 비리를 파헤친다. 공인회계사 시험(CPA)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검찰 수사관 홍가은(정혜성 분)도 여기에 일조한다.
분식회계를 하는 기업과 이를 막으려는 내부고발자, 그리고 수사기관인 검찰·경찰까지 드라마에 총출동하는 가운데 갈등 구도에서 빠져 있는 핵심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 바로 기업의 외부감사를 맡는 회계법인이다. 기업이 분식회계에 완벽하게 성공하려면 회계법인의 의도적 묵인·도움이나 이를 알아채지 못하는 과실이 필수적이다.
애초 김과장 제작진은 분식회계 문제를 다루는 만큼 복수의 회계법인에 장소 제공 등의 촬영 협조 요청을 했으나 결국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굵직한 분식회계 이슈가 불거지면서 회계법인의 평판과 이미지도 크게 손상된 탓에 미디어에 노출되는 것에 부담스러움을 느꼈다는 후문이다. 회계법인으로서는 드라마를 통해 광고 효과를 볼 기회이기도 했지만 부정적인 여론을 살펴 바짝 엎드린 모양새다.
김과장에 나오지 않는 또 다른 분식회계 관련 주체는 금융감독원이다. 기업 분식회계 조사(감리)는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회계 감독 업무를 총괄하는 금감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금감원 감리 결과 기업 분식회계가 적발되면 과징금 등의 처분을 내리는 게 가능하다. 물론 아직 작품 초반부이기 때문에 앞으로 TQ그룹의 분식회계 문제로 갈등이 심화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해관계자가 언제 튀어나올지는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