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진해운 파산이 던지는 뼈아픈 교훈

한진해운이 끝내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가 엊그제 한진해운에 대한 기업회생 절차를 폐지한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을 실사한 삼일회계법인의 판단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삼일회계는 지난해 12월 “한진해운의 계속 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더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이르면 17일 파산선고를 내릴 예정이어서 한진해운은 창립 4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처지다.

국내 1위,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의 몰락은 해운업계를 넘어 경제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당장 한은이 3일 발표한 지난해 국제수지를 보면 한국 해운업의 실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운·항공 등이 포함된 운송 서비스 수지가 20년 만에 적자를 냈다. 2015년만 해도 46억달러 흑자였으나 지난해 6억달러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한진해운 등 해운업체의 매출이 급락한 것이 주원인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한진해운의 공중분해로 국내 해운업계 운송능력은 이미 반 토막이 났다. 컨테이너선은 현대상선 등의 68척만 남은 상태다. 내년까지 21척을 추가 확보한다지만 그래도 100척 안팎에 불과하다. 세계 1·2위인 머스크와 MSC는 622척, 484척씩이다. 반면 1위 국적선사라는 현대상선은 국제해운동맹에 정식 가입조차 못할 정도로 앞날이 깜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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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일이다. 경영진과 정부가 제때 대응했더라면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데는 대주주의 책임이 크다. 최은영 전 회장은 해운경기 장기침체에도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회사를 위기에 빠뜨렸다. 난파 직전에도 사익을 챙기는 등 도덕적 해이까지 보였다. 최고경영진이 이 모양이니 기업이 온전할 리 있겠는가.

정부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산업 전체의 큰 그림보다 금융논리에만 기댄 채 해운사 합병의 골든타임을 놓친데다 한진해운이 벼랑 끝에 몰려 있을 때도 자금지원을 거절하고 물류대란을 지켜보기만 했다. 금융당국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는 이유다. 일상화된 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운업의 실패가 더 이상 되풀이돼서는 안 된다. 한진해운의 파산이 주는 교훈을 기업·정부 모두 되새겨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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