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성산업가스 본입찰에 참여한 인수후보자들은 대성산업가스의 부채비율을 고려해 1조5,000억원 가까이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마감한 대성산업가스 매각 본입찰에는 국내 PEF인 MBK파트너스와 해외 PEF인 텍사스퍼시픽그룹(TPG),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3곳이 참여했다. 인수후보 측 한 관계자는 “대상산업가스의 부채가 많아 순수 에쿼티로만 1조원을 쓰면 너무 높은 가격”이라며 “부채를 고려하면 1조5,000억원 수준까지 가격이 올라가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성산업가스의 총차입금은 7,000억원에 가깝고 부채비율도 464%에 이른다.
제시된 가격이 1조5,000억원 가량인데도 매각측이 프로그레시브 딜로 전환시킨 것은 부채를 포함해 2조원대를 기대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인수전 초기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골드만삭스가 대성산업가스를 최대 20억달러(약 2조3,600억원)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앞서 인수전에 참여한 전략적투자자(SI)인 SK와 효성이 1조원을 하회하는 가격을 제시해 적격예비후보에서도 탈락했고 예비입찰 단계에서 적격인수후보로 선정됐던 글로벌 가스업체 미국 에어프로덕트와 독일 린데 등도 가격 인식 차이로 인해 자진 철회했다.
IB업계 관계자는 “1조5,000억원 가량에 매각되면 부채를 제외한 대성합동지주(005620)가 쥐게 되는 금액은 2,560억원 수준”이라며 “4월까지 도래하는 2,455억원의 회사채를 갚고 나면 알짜 회사를 팔아 100억원만 남게 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즉, 최대한 많은 돈을 받아내야 하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와 대성합동지주는 대성산업가스의 지분을 각각 62%, 38%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인수 후보의 입장은 1,200억원 가량의 대성산업가스 에비타(EBITDA, 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전망치보다 6배가 많은 채무는 여전히 부담이이다. 채무가 지나치게 높아 인수금융 조달에도 무리가 따르기 때문에 인수가를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가격 인식차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결국 매각이 철회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회사채 상환이 급한 대성합동지주의 지분을 골드만삭스가 사들이고, 후일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에 나서는 방안이 골드만삭스 입장에서 유리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