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특허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식재산권(IP)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최동규(사진) 특허청장은 지난 3일 서울 역삼동 특허청 서울사무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사물인터넷(IoT)과 3D프린팅,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분야에서 국내 중소업체들이 양질의 특허를 확보할 수 있도록 중점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특허기술을 선점한 업체가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인 만큼 국내 중소업체들이 핵심기술을 발 빠르게 개발해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게 최 청장의 포부다.
그는 이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IoT·AI 등의 기술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하기 쉬워지지만 동시에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해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도용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며 “혁신가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부정경쟁행위 포괄규정을 신설하고 베끼는 행위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새로운 기술로 사업을 전개하는 벤처·중소기업을 신속하게 보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담=이규진 성장기업부장 SKY@sedaily.com
최 청장이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국내 중소기업이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특허를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중소업체들이 경쟁사의 특허기술을 피하면서 우수 특허를 창출할 수 있도록 특허청은 올해 177억원 규모의 IP-R&D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는 “전 세계 특허정보를 분석해 남들이 개발하지 않은 핵심기술을 개발하도록 미리 알려주고 이를 특허로 등록할 수 있도록 지원해 국내 중기들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특허청의 IP-R&D 사업은 꾸준히 성과를 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5년간 이 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과제는 미지원 과제에 비해 우수 특허나 해외 특허 등록 비율이 2~6배나 많았다. 올해는 IoT·3D프린팅·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개발을 중점 지원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계획이다.
최 청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하면 신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아이디어 도용·유출 문제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법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출원·등록절차를 거쳐 권리를 보호하는 기존의 지재권 제도로는 대응이 쉽지 않은 만큼 사전에 아이디어 도용·유출행위 자체를 강하게 규제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UBS금융그룹 회장이 말했듯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재산권을 강력히 보호하는 국가에 혁신가가 몰리고 이러한 국가가 아이디어를 수익화해 부(富)를 창출할 것”이라며 “특허를 출원하고 등록해야 지재권 보호를 받는 현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맞지 않기 때문에 기술 도용 등의 무임승차(free-riding)행위를 직접 규제해 기업 지식재산을 유연하고 신속하게 보호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특허청이 올해 신설하려는 것이 ‘부정경쟁행위 포괄규정’이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서는 상품주체 혼동행위 등 총 10개의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고 있으나 포괄적인 정의 조항이 없어 규정된 행위 이외의 새로운 유형의 행위를 방지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부정경쟁행위 유형을 개별적으로 열거하는 현행 체계에서 부정경쟁행위를 폭넓게 정의하는 ‘포괄적 정의 및 예시조항’ 체계로 전환해 부정경쟁 규율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부정경쟁행위 형사처벌 체계에 ‘과태료 부과’를 추가해 신속히 피해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최 청장은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출원이 앞으로 늘어날 것에 대비해 산업현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특허심사관 간의 협의심사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특허청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관련 전 세계 특허 등록 건수는 최근 5년 새 12배 증가했다. 그는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주요 핵심기술에 대해서는 분야별 전문 심사관이 다수 참여하는 협의심사를 강화할 것”이라며 “심사관이 심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특허로 등록된 적이 있는지 판단하는 선행기술조사는 검증된 외부 업체에 되도록 많이 맡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기업이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과 특허소송을 벌일 경우 정부의 지원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최 청장은 “분쟁 발생 시 대응전략을 제공하는 컨설팅을 늘리고 소송비용을 보장하는 지재권소송보험을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해외 현지에서 우리 기업이 지재권 침해를 받지 않도록 중국·미국·베트남·독일·일본·태국 등 6개국에서 12개의 해외지식재산센터(IP-DESK)를 운영 중인데 올해 중국·베트남·독일 센터에 변리사·변호사 등 전문인력을 확충해 고품질의 법률서비스 제공할 계획이다.
IP 금융 확대도 최 청장이 신경 쓰는 분야 중 하나다. IP 금융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 아직 많지 않은데 IP 금융 취급 은행을 기존 3개에서 6개로 늘려 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600억원 규모의 특허펀드를 조성해 우수 특허를 보유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계획이다. 금융권이 직접 IP에 대한 가치평가를 수행하고 투·융자를 시행하도록 민간 중심으로 IP 가치평가기관을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최 청장은 특허청이 국제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주도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위상을 강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에 특허행정 시스템을 수출한 후 특허청의 지식재산 행정에 대한 중동 국가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는 게 최 청장의 설명이다. 그는 “올해는 이란에도 지재권 인력 양성 관련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라며 “미국과 시행 중인 특허공동심사(CSP)를 중국으로 확대해 지재권 주요 국가와 심사 공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업원이 발명한 특허를 기업이 승계하도록 한 직무발명보상제도를 확산하고 ‘발명교육 활성화 지원법’ 제정에도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