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인기를 모은 것은 전자제품이 아닌 자동차였다. 지난해보다 자율주행차에 대해 많은 기업이 공격적으로 전시하고 소개했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일반인들에게 우려가 많았다. 미국의 구글·테슬라 같은 회사에서 시험운전을 하다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럼에도 무인 운전 차량의 기술 발전 속도가 빨라 생각보다 일찍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인차가 다니기 시작하면 우리는 어떤 변화를 겪을까. 이에 대해 얘기가 나온 것이 별로 없어 먼 얘기로만 들린다. 무인 운전 초기에는 가장 쉬운 곳이 고속도로다. 사람이 다니지 않고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행할 수 있다. 버스 수십 대가 기차처럼 줄지어 달릴 수 있다. 동시에 출발하고 동시에 정차하는 것도 가능하다. 트럭도 이렇게 운행할 수 있다. 무인 운전 자동차의 경쟁자는 기차가 될 것이다. 무인차는 더 편리한 수송수단이 될 것이다. 앞으로 기차보다는 무인차에 투자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선발업체는 고속도로 무인 운전을 내년이라도 바로 실행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개발이 돼 있다.
도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시내에서 승용차가 대부분 무인 운전으로 운행하면 도심에서는 운전 효율이 좋아 운행 속도가 빨라진다. 무인으로 돌아다니니까 음주운전 단속이 없어진다. 차 한 대를 여러 집이 공유해 활용할 수도 있다. 차량 구입·유지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 아마도 잘하면 80% 이상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전기차라면 가격은 더 싸진다. 화석연료 엔진 제작이 복잡해 이에 관련된 비용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차량을 구매하거나 민간 회사가 차량을 여러 대 소유해 택시처럼 이용하게 할 수도 있다. 많은 차량을 다수가 공동 소유하게 하는 ‘조합’의 방식도 가능하다. 차량 지분을 갖게 해 사용해도 차량에 관련된 비용이 아주 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서민의 삶에 경제적 여유가 생긴다.
출퇴근에 운전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갈 수 있어 이동시간에 푹 쉬게 된다. 이에 따라 주거·레저·물류에 혁명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 운전하기 어려웠던 어린이·노인·장애자 등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과 같다.
우리는 빨리 이런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기 직전 단계까지 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10년이 지나면 무인차가 전체의 반을 넘을 것으로 예측하는 사람도 있다. 어차피 할 것이라면 서둘러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진국이 차를 먼저 무인화한다면 우리는 더 속도를 내야 한다. 벌써 미국·일본·독일은 저만치 앞서 가고 있다. 정부가 모질게 결단을 내리고 개발·활용하는 데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엄청난 부가가치가 있는 산업이다. 센서·제어 기술이 핵심이다. 자율주행차량이 운행될 수 있는 기술적 능력을 갖추고 경험을 빨리 축적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련 법령을 제정·개정해 무인차가 조기에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무인차 개발에 예산을 대폭 투자하는 것도 필요하다. 재래식 철도·도로 예산 등을 재점검해 이쪽으로 돌려 빨리 안정적인 자율운행차량을 개발하는 것도 생각해보자. 우리 모두에게 매년 수백만 원 이상의 혜택,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하는 데 국가의 모든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자율차는 모든 이동수단에 적용될 수 있다. 기차·선박·화물차·버스·택시·비행기·드론·고속버스의 운전으로부터 우리를 해방시켜준다. 이런 미래는 공상이 아니라 바로 코앞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권혁동 서울과학기술대 글로벌융합산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