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전자·생명·물산이 역할 분담...주요 의사 결정 맡는 방안 유력

늦어졌던 사장단 임원인사 3월말~4월초 단행 가능성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구체 청사진 상반기중 내놓을 듯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탈퇴한 삼성그룹은 그룹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겠다는 약속을 6일 재확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2월6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와 미전실 해체를 약속했었다.

삼성 미전실 해체 조치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가 끝나는 대로 발표될 것이라고 삼성은 밝혔다. 미전실은 삼성 계열사들과 그룹 차원의 주요 의사결정을 맡은 조직이지만 법인격이 있는 실체가 아니어서 그간 “책임은 없고 권한만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50여명의 미전실 임직원은 대부분 삼성전자나 삼성생명 소속이다.


박 특검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등 미전실 주요 임원들이 삼성의 최순실씨 지원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최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볼 수 있는지가 수사 쟁점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 지원을 대가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도와줬다는 게 특검팀이 품고 있는 의혹이다.

따라서 삼성은 특검 수사가 종결돼 기소까지 끝나고 모든 혐의가 명확해지면 미전실을 해체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전실을 없애 삼성과 정권 간 정경유착을 종식하고 여론의 불신을 씻겠다는 얘기다. 미전실 해체와 함께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인사와 계열사 조직개편도 단행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올 상반기 중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도 등장할 수 있다고 본다.

재계는 미전실이 맡았던 기능을 어떻게 조정할지 관심을 쏟고 있다. 현재까지는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삼성물산이 미전실의 역할을 분담해 각각 전자 계열사와 금융 계열사, 바이오 사업의 주요 의사 결정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룹 차원의 조종이 꼭 필요한 전략·인사 등 일부 기능만 남겨놓고 법무팀에서부터 금융일류화팀에 이르기까지 각 계열사에서 직접 담당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번에 문제가 된 기획팀은 대폭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 작업과 그동안 미뤄뒀던 사장단·임원인사를 함께 진행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관측된다. 시기는 오는 3월 말에서 4월 초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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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은 이번 기회에 미전실 같은 비공식 컨트롤타워를 완전히 없애고 계열사들의 자율 경영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경영 기조를 바꿀 것으로 알려졌다. 미전실에 대한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를 벗어날 수 있고 계열사들의 투명한 경영 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밖에 삼성이 앞서 지주사로 전환한 LG그룹과 SK그룹을 참조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LG는 계열사들이 각자 투자 등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면서 지주사인 ㈜LG가 그룹 차원의 신사업을 설계하는 구조다. SK는 계열사 사장단 등 핵심 임원들이 모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가 그룹 차원의 주요 결정을 맡는다.

다만 향후 삼성전자가 삼성 계열사를 포괄하는 지주사로 전환하면서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 기구가 지주회사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합쳐 삼성의 지주사 전환체제가 완성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경우 미전실과 유사한 조직이 새로 등장할 삼성 지주사 내에 자리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 미전실은 고(故)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 시절 비서실을 모태로 하며 아들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 등의 이름으로 유지했던 조직이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스캔들을 겪으며 폐지되기도 했으나 2년여 만에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현재는 사장급 임원이 팀장을 맡은 7개팀 체제(전략팀·경영진단팀·기획팀·커뮤니케이션팀·인사지원팀·금융지원팀·준법경영팀)로 이뤄져 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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