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앱팔이’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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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지하철역 입구 등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는 은행원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말끔한 넥타이 차림의 정장이나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남녀 은행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확 달라진 게 하나 있다. 바로 전단에 적힌 내용이다. 2~3년 전까지는 무슨 무슨 적금이나 펀드 가입을 권유하는 게 대다수였다. 높은 이율을 큼지막하게 인쇄한 전단에 한두 번쯤 눈길을 빼앗긴 직장인들이 많았지 싶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길거리나 지점 창구에서 은행원들이 건네주는 판촉물을 보면 사뭇 다르다. 애플리케이션 가입 시 이런저런 혜택이나 사은품을 준다는 게 주 내용이다. 지난달 한 시중은행에 들렀을 때 창구 직원이 넌지시 이런 말을 했다. “스마트폰에 앱 하나 깔아주실 수 있나요. 모바일 멤버십 앱을 다운하시면 사은품 드립니다.” 그렇잖아도 스마트폰에 불필요한 앱이 많이 깔려 있어 그 제의를 들어주지 않았는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위로부터 할당받은 걸 채우려고 한 부탁일 텐데’라는 측은한 생각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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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들이 앱 판촉에 내몰린 건 모바일 앱 가입자 늘리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10월 이후 하나멤버스·위비멤버스·리브 등 통합 멤버십 서비스가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특히 비대면거래 활성화 등 핀테크 흐름에다 인공지능(AI)에도 가속도가 붙으면서 갈수록 가열되는 추세다. 그에 비례해 은행맨의 앱 스트레스는 가중되고 있다. ‘앱팔이’라는 자조 섞인 말이 유행할 정도다.

상당수 은행원은 퇴근 후 식당이나 술집·영화관·공연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나가 앱팔이를 한다고 한다. 모은행 직원들은 지점 인근 고등학교에서 학생 상대로 앱 판촉을 하다가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금융감독원에서 자제 권고를 받기도 했다. 한때 신의 직장, 가장 안정된 직업으로 불리던 은행원들도 격변의 시대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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