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을 지배하는 법칙이 과연 있을까?
수많은 독자를 거느린 탁월한 이야기꾼이자 생물학자인 션 캐럴은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대자연의 법칙을 찾아 야심 찬 모험을 떠난다. “바이러스에서 코끼리까지”, 분자의 미시적 세계부터 우리가 사는 광활한 지구 생태계를 가로지르는 거시적 세계까지 하나의 보편적 법칙이 꿰뚫고 있다는 논리. 분자 세계의 미시적 법칙과 생태계의 거시적 법칙은 세부 사항은 다를 수 있어도 전체를 아우르는 기본 논리는 놀랄 만큼 비슷하다. 바로 모든 것은 조절된다는 것이다. 우리 몸속에는 모든 분자를 하나하나 조절하는 법칙이 있고, 야생에는 모든 동식물의 수를 조절하는 법칙이 있다. 이름하여, ‘세렝게티’ 법칙이다.
이 모든 것은 아주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세포는 어떤 영양소를 먹이로 삼을까? 세포의 수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심장마비에 걸리고 어떤 사람들은 아닐까? 지구는 왜 초록색일까? 동물들이 먹잇감을 모조리 먹어치우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어떤 동물이 한 장소에서 완전히 사라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이러한 질문들은 체내에 수많은 종류의 분자와 세포를 조절하는 생리적 법칙이 있고 또 주어진 환경에 서식하는 수많은 동식물을 조절하는 생태적 법칙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는 출발점이 되었다.
성인의 몸을 구성하는 37조 개의 세포들은 200개가 넘는 종류로 구분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수많은 세포를 적당한 수만큼 생산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조절과 규제가 필요하다. 20세기 분자생물학의 혁명과 더불어 인간은 생명을 분자적 수준에서 바라보게 되면서 바로 이 모든 것이 빈틈없이 ‘조절’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저자는 월터 캐넌의 투쟁-도피반응, 자크 모노의 효소 조절 법칙, 찰스 엘턴이 발견한 먹이사슬 등 20세기 생물학에서 밝혀낸 분자 세계의 생리적 법칙과 생태학 법칙 뒤에 ‘생명의 논리’라는 공통된 이치가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포식, 영양 종속 등 구체적인 조절 방식은 콜레스테롤 합성이나 세포분열 등 분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방식과는 당연히 다르다. 하지만 양성·음성 조절, 이중부정의 논리, 피드백 조절 등의 과정은 미시적 규모나 또는 거시적 규모에서 동일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여러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른바 20세기 분자생물학의 혁명은 인간의 삶을 양적·질적으로 놀랄 만큼 변화시켰다. 녹색혁명으로 식량에 대한 고민을 해결했고, 천연두 바이러스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박멸시켰으며, 소아마비, 홍역, 백일해 등 수백만을 불구로 만들고 죽음에 이르게 하였던 무서운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의학과 농업 분야에서 이루어진 혁명 뒤에는 생명의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수많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열정이 숨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레지스탕스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효소 조절의 수수께끼를 풀어 마침내 노벨상까지 탄 자크 모노, 마흔다섯 살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서 자원입대하여 최전방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다 쇼크 치료의 영웅이 된 생리학자 월터 캐넌, 추위와 폭풍우와 싸우면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아 북극 탐험길에 오른 동물학자 찰스 엘턴, 극한의 환경에서 인간이 어떻게 생활하고 일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해발 6,000미터의 안데스 산맥을 정복한 브라이언 매슈스와 앤설 키스, 외딴 해변에서 바위 표면에 달라붙은 불가사리와 성게를 잡으며 평생 먹이사슬을 연구한 동물학자 로버트 페인,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아이들을 기르다 마흔이 넘어서야 연구의 즐거움을 느끼고 암의 비밀을 밝힌 의사 재닛 롤리 그리고 잘나가던 사업을 때려치우고 내전으로 폐허가 된 아프리카에서 국립공원 재건에 온몸을 바친 사업가 그레그 카까지.
책 속에는 자신이 품은 호기심에 답을 찾기 위해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지녔던, 끊임없는 열정으로 자신의 삶을 불태운 개척자들의 삶이 오롯이 녹아 있다. 저자는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든 선구적인 과학자들의 삶을 소개하며 그들이 발견한 생명의 법칙이 우리 삶과 우리가 사는 지구의 안녕에 얼마나 가치 있고 중요한지 들려준다. 션 B. 캐럴 지음, 조은영 옮김, 곰출판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