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주변 사람들과 인간적 갈등을 겪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딱히 주는 것도 없이 껄끄러운 동료, 내가 하는 일마다 은근히 부정적인 코멘트로 기분 상하게 하는 선배, 친한 줄 알았는데 꼭 그런 것만도 아닌 속을 알 수 없는 후배, 예전과 달리 멀게만 느껴지는 동기 등등 셀 수 없이 많다.
업무 자체의 어려움보다 이런저런 인간적 갈등이 우리의 에너지를 더 많이 고갈시킨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배경이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추구하는 가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다를 수 있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 그런 곳이 바로 직장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과 함께 일할 것인지를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와 맞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 확률적으로 더 높은 곳이 바로 직장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과 깨어있는 시간의 거의 대부분을 밀도 있게 지내야 한다. 싫어도 봐야 하고, 하루에도 여러 번 전화해야 하고, 아쉬운 이야기를 하면서 협조를 얻어야 한다. 밉다고 눈감고 없는 사람 취급할 수도 없고, 꼴 보기 싫다고 그 사람만 빼놓고 업무 회의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직장에서 인간 관계가 힘든 것이고, 갈등을 겪는 것도 당연한 결과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대통령 시절 한 정치인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과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그에게 책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했다. 상원의원이었던 그는 벤자민의 부탁을 듣고 책을 빌려주었고, 그 일이 있은 후 상원의원의 마음이 크게 풀어지면서 둘의 관계가 개선됐다고 한다. 이처럼 누군가를 도와주면 그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증폭되는 현상을 ‘벤자민 프랭클린 효과’라고 한다.
상대가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라
이러한 방법은 관계가 불편한 사람과 관계를 개선하고 싶을 때 도전해 볼 만하다. 대체로 상대의 성격이 강한 경우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나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줌으로써 내 앞에서 상대의 모습을 ‘빛나게’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은 자신이 누군가를 도왔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며, 동시에 그 사람을 더욱 잘 돌보는 한편 지속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려고 다가가면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다. 안 그래도 껄끄러운 상대인데, 도와주겠다고 덤비면 이상하게 느끼며 멀어질 수도 있다. 상대가 나를 도와주게 만듦으로써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고 더 나아가 나에게는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하게 만드는 것이 지혜로운 접근법이다.
칭찬도 비슷한 맥락이다. 칭찬한다는 것은 진심으로 그 사람의 어떤 면을 인정한다는 의미이자, ‘나는 네가 이러이러하다고 생각하니 앞으로 너는 나에게 이런 모습만 보여야 해’라는 암묵적 기대이기도 하다. 내가 부하직원에게 ‘정말 신중하고 작은 일도 소홀하게 처리하지를 않네요’라고 칭찬한다면 그 직원은 계속해서 신중한 일 처리 솜씨를 보이려 할 것이다. ‘적극적으로 회의시간에 참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는 칭찬을 받은 신입사원은 모든 회의에서 눈을 반짝이며 더욱더 적극적인 참여 모습을 띄게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남을 칭찬한다는 것은 결국 나를 위한 것, 내가 좀 더 편하게 살고자 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부탁한다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 사람이 들어 줄 수 있는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상대는 자신이 이 관계에서 보다 주도적이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다. 기분 좋게 호의를 베풀고, 으쓱하게 되면서, 즐거운 관계로 발전 되기를 기대하게 된다. 자연스럽게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이다
주저하지 말고 부탁해 보자. 작은 부탁, 상대가 자신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부탁이면 더욱 좋다. 관계가 멀어진 동료에게 섣불리 다가가 도우려 하지 말고, 상대방이 나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상대를 빛나게 만들어 보자. 기대 이상의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 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