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LCD에 올인하는 中…'10세대 OLED' 투자해 격차 벌리는 LG

中기업 공격투자로 왕좌 위협하자

"미래 생각하면 따라갈 필요없어"

LGD, LCD서 OLED로전략 바꿔

내년 하반기 대형 패널 양산 가능

수익성 높여 적자늪서 벗어날 듯

0815A12 디스플레이




“중국 기업들이 대형 액정표시장치(LCD)에 무섭게 투자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의 미래를 생각하면 우리가 꼭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2~3년간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취재진과 투자자들이 LG디스플레이는 언제쯤 10세대 이상 대형 LCD 설비 투자에 나설 것이냐고 질문할 때마다 버릇처럼 내놓은 답변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4년 중국 광저우에 8.5세대 LCD 공장을 완성한 뒤로 8세대급을 넘는 LCD 설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랬던 LG디스플레이가 대신 꺼내 든 카드가 바로 10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다. 전 세계 어느 기업도 가보지 못한 초대형 OLED 설비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LCD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칼끝을 피하고 OLED의 대중화를 이룬다는 목표다.

디스플레이 업계는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시에 짓고 있는 P10 공장에서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10세대 TV용 대형 OLED 패널을 양산할 것이 유력하다고 입을 모은다. LG디스플레이가 현재 생산하는 8세대(2,200㎜×2,500㎜) OLED는 47인치 패널 8개를 만들 수 있는데 10세대(2,880㎜×3,130㎜·추정)에 이르면 더 큰 패널을 더욱 값싼 가격에 만들 수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투자 계획을 확정하려면 한두 달이 더 걸리겠지만 10세대 OLED일 가능성이 80%”라며 “LG디스플레이는 P10에서 10세대 수준의 대형 LCD를 우선 생산한 뒤 OLED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OLED 시장을 주도할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고 판단해 계획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10세대가 넘는 대형 LCD 공장을 지어대는 와중에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에 뛰어들지 않으면서 지난해까지 14년간 지켜온 한국의 LCD 왕좌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고 염려해왔다. 중국 BOE는 지난해 11월 말 허페이에 세계 최대 크기인 10.5세대 LCD 생산기지를 완공했다. 차이나스타(CSOT)는 약 8조원을 투자해 선전시에 11세대 LCD 라인을 깔겠다고 지난해 8월 발표했다. 일본의 디스플레이 명문 샤프를 인수한 대만 훙하이그룹은 약 10조5,000억원을 들여 광저우에 10.5세대 LCD 공장을 조성하기로 했다.

관련기사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까지 속전속결의 투자로 LCD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8세대 이상의 대형 LCD 공장은 더 이상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국 기업과 차별화될 수 있는 투자 전략을 고심해왔다. 이 같은 고심에 따라 LG디스플레이는 총 10조원을 쏟아부어 P10에서 대형 OLED와 폴더블 스마트폰 등에 쓰일 중소형 플라스틱OLED(POLED) 등을 양산하기로 했다.

관건은 LG디스플레이가 대형 OLED 분야에서 얼마나 안정적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가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ELD 분야에서 황금수율(양질 제품을 생산하는 비율)로 불리는 80% 수율을 달성했다고 최근 강조했다. 적자를 면치 못하던 LG디스플레이 대형 OLED 패널 사업이 수율 안정화와 소니·파나소닉 등의 OLED TV 출시에 힘입어 내년부터 흑자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형 OLED 패널의 생산 노하우를 갖춘 곳은 사실상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물론 LG디스플레이가 꿈꾸는 OLED 대중화까지는 난관도 많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 증착 공정 대신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라는 신기술을 적용해 OLED 패널의 단가를 최대 3분의1까지 낮춘다는 전략이지만 아직까지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의 대형 디스플레이 투자 전략도 주목한다. 삼성은 일단 대형 OLED 패널을 장착한 TV 대신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에 미래를 걸고 있다. 하지만 아직 상용화가 먼 만큼 삼성디스플레이는 우선 7세대 이하의 국내 노후 LCD 설비를 잇따라 정리하면서 중국 업체들과 협력해 대형 LCD 패널의 안정적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CSOT의 11세대 LCD 생산법인 지분 9.8%(약 3,500억원 상당)를 사들인 게 한 사례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0세대급 대형 LCD 설비 투자와 관해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