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로터리]우리의 처지를 알아야 한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장






사람은 자기중심으로 세상을 보기 쉽다.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다”는 목소리는 그래서 나오게 된다. 연초에 해외시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원로 기업가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우리는 변방국가입니다”라고 잘라서 이야기한다. 항공기를 타거나, 운송을 위해 선박을 이용하거나, 바이어들의 방한을 추진할 때마다 그가 느끼는 소회라고 한다. 변방국가라는 정의에 덧붙여서 그의 나라 걱정이 이어졌다. “조만간 우리는 세계 1위 경제대국과 3위 경제대국 사이에 끼인 신세가 될 것입니다.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크게 고생 할 것입니다” 미래를 어느 누가 단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준비를 제대로 하면 도전을 기회로 만들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도전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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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한 조간신문을 펼치니 기사 제목들이 눈길을 끈다. ‘55인치 TV가 80만원, 차이나 가전의 진격. 구조조정 선수 친 중국 조선, 고부가 선박 시장마저 잠식. 국내 수입된 타이거 30%가 메이드 인 차이나. 한국 철강산업, 중국산 공세에 몰락한 유럽처럼 될 수도’. 다음날 경제지 일면에도 상단 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인터넷 은행 출범 코앞인데, 은행과 산업자본 분리 규제를 못 풀겠다는 야당’. 기사의 끝자락에는 한 전문가의 주장이 실려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은 2000년 전후로 은행과 산업 분리 규제를 완화하거나 아예 없애 다양한 인터넷은행이 등장했지만 한국은 15년 넘게 논쟁만 벌이고 있다.”

가능한 되는 쪽으로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가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안 되는가.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에서 우리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정부나 재정의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고 정치권력의 영향력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무슨 일이든 안 되는 이유를 찾아내는데 익숙하고, 가능한 허락하지 않은 방향으로 제도나 정책이 만들어지는 추세가 확연하다. 그동안 나라의 문호를 열고 바깥세상을 향해 힘차게 도약한 덕에 이만큼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자연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 시절에 씨앗을 잘 뿌렸기 때문에 지금 수확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씨앗을 제대로 뿌려야 다음에도 더 나은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중력의 법칙처럼 가만히 두면 모든 것은 허물어져 내리게 된다. 끊임없이 질서를 부여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체계적으로 투입할 때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건물이든, 경제든, 정책이든, 제도든 모든 것은 날로 날로 새로워지지 않으면 머무는 것은 없다. 나아가든지 아니면 퇴락하든지 두 가지 사이에 선택이 있을 뿐이다. 시야와 안목을 넓히고 세상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면 또다시 우리는 변방국가로 추락하고 말 것이다. 아이들 세대를 생각할 것 없이 당대에 그 모습을 두 눈으로 보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김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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