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숙 국립국악원장(사진)이 7일 기자간담회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의 압력을 전격 인정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박근형 연출가의 2015년 11월 국악 공연 취소 과정에 문체부가 개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김 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국악원은 문체부 소속 기관으로 따라야 하는 게 있다”며 “(공연 취소가)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100% 우리 혼자 결백하게 있을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문체부 압력이 있었다”며 “예정된 공연이 제대로 열리지 못한 건 가슴 아프고 미안하다”고 말했다.
앞서 국악원은 2015년 11월 ‘금요공감’ 프로그램으로 퓨전국악 공연 형식의 ‘소월산천’을 기획한 바 있다. 이 공연에는 박근형 연출가와 앙상블시나위, 기타리스트 정재일 등이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국악원은 공연 2주 전 “연극을 빼고 앙상블시나위와 정재일의 공연만 진행하라”고 갑자기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앙상블시나위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공연이 무산된 것.
이와 관련해 연극계에서는 박 연출가가 2013년 연극 ‘개구리’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풍자했다는 등의 이유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제작 지원에서 배제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한편 영화인 1052명이 모인 ‘블랙리스트 대응 영화인 행동’(가칭)은 7일 서울 종로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의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김 위원장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영화인을 지원에서 배제하려고 영화 진흥 사업을 편법으로 운영했다고 밝혔다. 또 서병수 시장은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을 반대하는 등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며 사퇴를 요청했다.
영화감독조합 부위원장인 류승완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학교에서 몇 명 왕따시키는 것도 굉장히 큰 문제인데, 블랙리스트는 국가가 특정 영화인을 왕따시키는 것”이라며 “문제를 책임져야 할 사람은 제대로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에는 임시 공동대표인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와 안영진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등 영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국립국악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