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18세 ‘피겨공주’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도 그중 한 명이다. 평창올림픽은 ‘피겨여왕’ 김연아 은퇴 후 처음 치러지는 올림픽. 메드베데바는 김연아의 안방인 평창에서 올림픽 무대에 데뷔한다. 2010 밴쿠버 대회 때의 김연아처럼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가능성이 큰 기대주다.
메드베데바는 지난달 28일 체코에서 열린 유럽선수권에서 229.71점으로 우승해 김연아가 갖고 있던 여자싱글 최고점(228.56점)을 7년 만에 깨뜨렸다. 그러나 ‘김연아를 넘어섰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김연아 이후 여자피겨에서는 회전수 부족과 롱 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 사용)에 엄격한 판정이 사라져 점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2015-2016시즌 데뷔하자마자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 등의 우승을 싹쓸이한 메드베데바를 두고 벌써 평창올림픽 금메달 0순위라는 얘기가 나온다. 올 시즌에도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은 그는 엑소 등 한국 보이그룹의 안무를 따라 추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K팝 열성 팬임을 ‘인증’하기도 했다.
남자피겨의 독보적인 스타는 일본의 ‘피겨천재’ 하뉴 유즈루(23)다. 남자싱글 최고점(330.43점)을 보유한 그는 가까운 평창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린다. 지난해 말 그랑프리 파이널을 4연패 한 그는 오는 16일부터 강릉에서 열리는 4대륙선수권에 출전해 올림픽 리허설을 치른다. 3,000명이 넘는 일본 피겨팬들이 하뉴의 4회전 점프를 감상하기 위해 4대륙선수권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장거리 빙속황제’ 스벤 크라머르(31·네덜란드)는 평창올림픽 준비에 누구보다 열성적이다. 국내 기업 휠라의 후원을 받는 그는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세계선수권 개막 열흘 전인 지난달 말 일찌감치 입국했다. “올림픽을 대비해 그때와 똑같이 준비하기 위해 미리 들어왔다”는 설명. 역대 올림픽에서 금3·은2·동메달 2개를 쓸어담은 그는 올림픽 5,000m 3연패에 도전한다.
2014 소치올림픽 당시 김연아와 함께 ‘미녀 3인방’으로 뽑혔던 미카엘라 시프린(22·미국)과 다카나시 사라(21·일본)도 평창올림픽을 찾는다. 소치 알파인스키 회전종목에서 역대 최연소(19세)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시프린은 올 시즌도 월드컵 랭킹 1위를 지키고 있다. 8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개막한 세계선수권에서는 대회 3연패를 두드리고 있다. 다카나시는 ‘스키점프 여왕’이다. 지난 5일 오스트리아 월드컵에서 우승해 월드컵 통산 승수를 51승으로 늘렸다. 3승을 보태면 남녀 통틀어 최다 기록인 53회를 넘어선다. 소치올림픽에서 4위에 그쳤던 다카나시는 평창올림픽에서 명예회복을 노린다. 알파인 월드컵 여자 최다인 77승을 자랑하지만 올림픽 금메달은 1개(밴쿠버)인 린지 본(33·미국)도 평창만을 바라보고 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옛 연인으로도 유명한 본은 무릎과 팔 골절 뒤 복귀전인 지난달 월드컵에서 우승하며 올림픽 두 번째 금메달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설상 종목이 약한 우리나라는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세계 1위인 재미동포 클로이 김(16)이 신기하기만 하다. 그는 6세 때 전미스노보드연합 챔피언십 3위에 오르는 등 일찌감치 천재성을 드러냈다.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대 중 한 명으로 꼽히기도 한 그는 1,080도 회전으로 부모님의 나라를 매료시킬 계획이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와 협의가 이뤄질 경우 NHL 스타들도 평창올림픽에 총출동한다. 시드니 크로스비(캐나다), 알렉산더 오베츠킨(러시아) 등 TV나 인터넷에서나 보던 거물들을 눈앞에서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