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운털 박힐라 노심초사…아베 '애타는 구애작전'

정상회담서 선물 공세 예고

'트럼프 환심사기' 총력전

출국 앞두고 기업 투자계획 종용

美 TPP 탈퇴선언도 언급 않기로

자국 언론 "조공외교" 비난에도

경제 회복·안보 위해 손 내밀어

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AP연합뉴스




10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다. 아베 총리는 일본을 겨냥한 트럼프 대통령의 환율조작 비난을 무마하기 위해 미국의 고용과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서둘러 ‘취임선물’로 마련했지만 최근 미 상무부가 발표한 지난해 미국의 대일무역적자가 중국에 이어 2위(689억달러)라는 소식까지 전해지자 트럼프의 압박을 피해갈 묘안을 추가로 물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정상회담을 위한 아베 총리의 출국을 앞두고 일본 정부 고위관계자가 대기업과 공공투자기관들에 구체적인 대미 투자계획 제출을 요구했다고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민연금기금을 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나 일본국제협력은행에도 미국 댈러스~휴스턴,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 구간의 신칸센 고속철도 도입 및 멕시코 걸프만 항구 건설 등에 대한 수십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정권은 이번 방미 일정에서 트럼프 취임 직후 불거진 무역마찰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문제를 뒤로 하고 ‘정부계 기업의 인프라 투자’와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 ‘핵심 장관 3인방 동행’ 등의 카드로 미국과의 신밀월 관계를 노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국 내 70만개 일자리 창출 및 4,500억달러(약 516조1,500억원) 규모의 신시장 조성이라는 목표하에 추진되는 양국 경협 ‘미일 성장·고용 이니셔티브’를 비롯해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3대기업이 계획한 대미투자 방안을 선물 보따리에 담았다. 수행인단 역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 등 내각 핵심으로 불리는 3인방이 총출동하는 등 미일 관계를 중시하고 있다는 자세를 강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EPA연합뉴스



반면 일본이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TPP가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로 무산된 것은 언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아사히신문은 “정부 고위관계자들이 ‘TPP의 T자만 나와도 (트럼프가) 다른 쪽을 바라볼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 아래 협정의 중요성을 부각하려던 기존 방침을 접고 관계 구축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했다”며 아베 정권이 미국에 한 수 접고 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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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을 버린 ‘조공외교’라는 국내 비난에도 아베 정부가 트럼프에 대한 선물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것은 자국의 경제회복과 역내 안보전략을 위해 최소 4년간 미국을 이끌 트럼프 대통령과의 유대관계를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일 동맹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세계를 향해 내보내고 싶다”고 강조한 아베 총리와 “양국 경제관계를 더욱 향상시키고 협력해 나감에 따라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가능한 건설적 논의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내비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최근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원만한 관계설정에 전력을 다하겠다는 아베 정권의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미일 정상회담 주요 안건


다만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정상회담 분위기가 화기애애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나 공식 인터뷰 등에서 드러낸 일본에 대한 인식은 ‘메이드 인 재팬’이 미국 경제를 위협했던 지난 1980년대 미일 무역전쟁 시기를 연상시킨다. 이에 따라 일본은 돌출발언을 일삼는 트럼프 대신 예측 가능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향후 협상 대상으로 삼기 위해 아소 부총리와 펜스 부통령과의 실무급 각료협력회 개최를 타진하고 있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3년 4월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총리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후 클린턴 대통령이 “무역 불균형 시정에는 엔고가 효과적”이라고 언급해 2년 후인 1995년 4월 엔화가치가 전후 최고치인 달러당 79엔대를 기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의 발언이 외환시장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계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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