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고위험 정신질환자 72시간 가둔다

현장에서 체크리스트로 진단

범죄 저지를 가능성 높은 환자

경찰 6월부터 강제입원 시행

"일부 문제 확대 해석…부작용"

인권침해 우려 반발도 거셀듯

0915A31 정신건강 체크리스트 수정1


“경찰이 나를 미행하고 죽이려 한다. 경찰은 나에게 살인 누명을 씌우기 위한 희생양이 필요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발생한 ‘오패산 총격 사건’ 피의자 성병대(47)씨 진술의 일부다. 그는 과거 수감 시절부터 조현병(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서 사회에 대한 반감을 이런 방식으로 드러냈다.


앞으로 경찰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시킬 수 있게 됐다. 정신건강상태를 살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즉시 격리 조치해 범죄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권침해 우려에 따른 반발도 예상된다.

8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이르면 이번주 안에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도를 진단할 ‘정신건강 체크리스트’를 일선 경찰서에 하달할 방침이다. 지난해 정신보건법 개정안(제44조 2항)에 따라 경찰은 범죄 가능성이 있는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을 의사 등 의료 관계자에게 요청할 수 있다. 본격 시행 시기는 오는 5월31일이다.


정신건강 체크리스트는 △정신과 진료를 받은 적이 있나 △지금 자해(자살)를 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드나 △사람들이 당신을 해치려 한다는 생각이 든 적 있나 등 총 11개 문항으로 구성됐다. 경찰관은 현장에서 정신질환자의 폭력성과 위험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이를 사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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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항마다 고·중·저위험 3단계로 나눠 고위험 1개 이상이면 경찰관이 곧바로 정신과 전문의 동의를 받아 강제입원 조치할 수 있다. 강제입원 환자는 본인과 가족이 거부해도 입원 후 3일(72시간) 동안 퇴원할 수 없다.

조현병 환자의 ‘묻지 마 범죄’는 지난해 강남역 화장실 살인, 수락산 살인, 오패산 총기 살인 등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최근 40대 환자의 모친 살해로 이어지는 등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이날도 경기도 남양주에서 조현병을 앓던 10대 아들이 흉기를 휘둘러 50대 어머니를 다치게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 가능성이 높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 차원에서 경찰이 초기에 치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와 치료기록을 남긴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며 “다만 강제입원이 과도하게 남용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발도 만만찮다. 국내 50만명에 이르는 조현병 환자를 모두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 치료를 거부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어서다. 전체 범죄의 0.08%에 불과한 일부 조현병 환자의 문제를 확대해석해 사회적 편견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부 정신질환자의 문제를 확대해석해 전체를 궁지로 모는 격”이라며 “사회적인 편견으로 이들을 더욱 소외시키면서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는 “체크리스트는 현장에서 입원 대상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애매해 가족이나 친지의 일방적인 의견에만 의존하면서 발생했던 폐해를 막기 위해 객관적인 기준을 마련한 것”이라며 “(범죄 발생 우려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치료를 지원한다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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