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전 수명연장 취소 판결, 대안 없는 탈원전 부추길라

설계수명이 다된 노후원전의 가동 연장에 제동을 건 첫 번째 사법적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7일 원전 부근 주민들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처분 무효 확인’ 소송에서 “수명 연장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원전 부근 주민들은 이번 판결의 여세를 몰아 원전 가동 정지 가처분신청을 낼 방침이라고 한다.


원전은 안전성이 생명인 만큼 관행적인 수명 연장에 경종을 울린 법원의 판결은 일단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마땅하다. 다만 이번 판결에 따른 여러 파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월성 1호기의 안전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이번 판결은 원안위가 원전 수명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한마디로 필요한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수명 연장을 허가했다는 의미다.

관련기사



원안위가 항소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월성 1호기의 운명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원전 규제당국과 한국수력원자력의 안전 불감증과 안일한 일 처리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판결문에 따르면 연장허가 심사 때 안전성 입증자료 일부가 누락됐는가 하면 원안위 일부 위원은 자격이 없는데도 의결에 참여했다. 가뜩이나 원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떨어지는 마당에 이런 식으로 허투루 대처하니 원전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닥칠 파장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진작부터 탈원전을 외쳐대고 있다. 그렇다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아니다. 원자력은 전체 전력생산의 30%를 차지하는 국가 중요 에너지원인데도 무턱대고 원전 수명 연장 불가와 신규 건설 중단을 입에 올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정치권이 이번 판결의 의미를 호도해 탈원전·반원전을 부추기는 재료로 삼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만 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