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상법개정안 일부 합의]재계"합의된 법안만으로도 경영위축 뻔한데..."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경영인 손발 비틀 법안"

추가 통과 가능성에 시름

법무팀이 대비한다지만

기업들 묘책없어 한숨만







재계가 정치권에 꾸준히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해온 상법개정안 일부에 대해 여야 4당 지도부가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9일 사실상 합의함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결국 올 게 왔다”면서도 당황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같은 강력한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날 잠정 합의된 개정안만으로도 재계는 심각한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고 입을 모은다.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가와 기업 간 경쟁 심화, 산업 패러다임 급변 등으로 안 그래도 기업들의 경영 시계(時界)가 ‘제로’에 가까운 상황인 탓에 재계의 시름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노골적인 좌(左)클릭 행보가 이번 일부 상법개정안 합의로 확인된 만큼 앞으로 추가적인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이날 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에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이사 선출 시 선출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 부여)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감사위원 대상 이사를 일반 이사와 분리 선출)은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일단 제외됐다. 이들 두 법안은 야당이 추진하는 상법개정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경영인 손발 틀어쥐기’ 법안으로 지목된 것들이다.

하지만 이날 여야가 국회 처리를 사실상 합의한 전자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만으로도 정상적인 기업 경영을 충분히 위협한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추진하고 있는 상법개정안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대주주의 권한을 약화하려는 데 그 의도가 있다”면서 “경영 활동이 위축되는 것은 자명하다고 봐야 한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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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법무팀을 중심으로 개정안 통과에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법무와 대관 조직을 중심으로 개정된 상법개정안 도입에 준비하고는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뾰족한 대응책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저 진행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고 한탄했다.

여야가 이날 도입하기로 의견을 모은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지분을 1%만 보유하더라도 자회사 경영진(이사)을 상대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A 회사 지분 1%를 보유한 주주가 A 자회사인 B 회사의 경영진에 대해서도 소송을 걸 수 있는 것이다.

자회사 경영진 입장에서는 자사 주주도 아닌 모회사 주주로부터도 소송의 위협에 노출되기 때문에 경영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불필요한 소송이 남발됨에 따라 기업 에너지가 주주대표 소송에 쏠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날 합의된 개정안보다 수위가 높은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다. 10대 그룹 계열사의 한 사외이사는 “기업은 최상의 효율성을 추구하면서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정치권이 추진하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나 근로자 대표 추천 사외이사 선임 의무화는 이런 기본적인 기업 경영을 가로막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위협을 빌미로 차익을 얻으려는 외부 세력과 특정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와 이사의 경영 개입이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기구인 이사회를 공회전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 경영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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