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지난해 한진해운 사태로 홍역을 치르는 상황에서도 대한항공이 6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 대외 악재 속에서도 꾸준히 내실을 다지고 영업력을 강화해온 조 회장의 경영 성과가 빛을 봤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1조1,2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9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26.9% 급증했다. 매출액 역시 11조7,319억원으로 1.7% 증가했다. 대한항공의 영업익은 지난 2010년 1조2,357억원 이후 2013년 195억원 적자였고 이후 반등해 V자형 형태를 그려왔다. 특히 지난해는 저유가가 이어지고 원화 약세인 상황에서 신규 노선을 확대한 전략이 들어맞았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부산~대만, 인천~오키나와, 인천~구이양, 인천~델리 등을 신규 취항했다. 저비용항공사들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노선보다는 중장거리 위주의 수익성 높은 노선을 집중 공략한 덕분이다. 항공 탑승객이 1억명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하는 등 영업 상황도 좋았다. 한진해운 사태에도 내부 조직을 다잡고 영업력을 강화한 조 회장의 위기경영이 통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3·4분기까지 한진해운 관련 손실 8,052억원을 반영하면서 6,419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환율이다. 대한항공의 4·4분기 영업이익은 1,78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5% 급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9월 1달러당 1,096원이었던 환율이 12월 말 1,208원까지 급등하면서 환율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항공 수요는 올해 견조하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세계 항공여객 수요가 지난해보다 5.1%, 세계 항공화물 수요는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객 부문에서 해외로 나가는 고객들이 많은 점, 화물 부문에서는 글로벌 경기회복세 및 무역량 증가로 수익이 많이 남는 화물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면서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월 말 환율이 1,100원대로 재하락하면서 분위기는 양호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