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박병원 경총 회장 "돈 쓰는 공공 일자리만 늘려…결국 오래가지 못할 것"

● 최고경영자 연찬회…경제단체장들의 쓴소리

김인호 무역협회 회장

"기업 비난하는 정치인들

집권때 기업에 손 안내밀수 있나

정치권이 기업경영 악화시켜"

박병원 경총 회장이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박병원 경총 회장이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




국내 경제단체를 이끄는 두 수장이 정치권에 대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우리 경제가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정치권이 위기극복을 위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과감한 규제개혁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포문은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열었다. 박 회장은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위기의 한국 경제, 대전환이 필요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제40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최근 정치권이 내놓은 실업 대책을 정면 비판했다.

박 회장은 먼저 일부 대권 주자들이 내놓은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해 “돈을 버는 일자리는 못 만들겠으니 돈을 쓰는 일자리나 만들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놓은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창출 공약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국가 재원을 투입해 일시적으로 늘리는 일자리는 결국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박 회장의 주장이다.


규제에 발목 잡힌 신성장산업을 일일이 거론하며 과감한 규제개혁도 주문했다. 그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며 “빅데이터, 핀테크, 드론, 무인 자율주행자동차, 원격진료 등 그 어느 것 하나 규제의 덫에서 자유롭지 않아 ‘되는 게 없는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규제개혁을 통해 지금까지 할 수 없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줘도 기업들의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일어난다고 장담하기 어려운데 현재는 정치권이 기업의 손발을 묶고 있다는 얘기다. 관광·의료·농업 등에서 새로운 시도가 나와도 우리는 각종 규제가 투자에 장벽을 치고 있다고 박 회장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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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단어를 동원해가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다른 나라 정부와 정치권은 자국 기업들이 국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이 그렇게 해줄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에서 중국에 뒤지고 있다고 지적하고서 “그 어느 것 하나 규제의 덫에서 자유로운 것이 없는 되는 게 없는 나라이다 보니 안 되는 것이 없는 나라에 뒤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인호 무협 회장이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김인호 무협 회장이 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총


이날 연찬회에 기조강연자로 나선 김인호 한국무역협회 회장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회장은 최근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지금 기업을 비난하는 정치인들은 앞으로 집권했을 때 기업에 손 안 내밀고 정치와 경제를 꾸려갈 수 있을 것인가”라며 “기업만이 국내 경제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주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내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모두 세계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데도 정치권이 기업 경영을 악화시키는 각종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동반성장 등의 바람이 불면서 전체 발의 법안의 약 69%가 기업 침해적 요소를 담고 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는 우리나라만 사용하는 표현”이라며 “경제의 민주주의는 소비자를 위한 경제가 돼야 하고 이런 측면에서 경제적 민주주의가 더 올바른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정부의 모든 정책이 기업활동을 뒷받침하고 △기업이 경제 과제의 해결 주체가 되며 △경제와 기업 문제 핵심에 기업가가 있는 ‘기업가형 국가’를 만드는 게 현재 위기를 해결하는 ‘크리티컬 패스’라고 설명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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