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 우리 뼈 내부에 골수라는 조직에 있는 백혈구에서 발생한 암을 말하며 흔히 급성 골수성 백혈병,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만성 골수성 백혈병,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분류한다. 백혈병으로 인해 백혈구 수가 감소하면 면역저하를 일으켜 패혈증을 일으킬 수도 있고 고열, 피로감, 출혈 등을 일으키며 치료받지 않을 경우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산재사건을 10년 넘게 진행해 오면서 여러가지 유해요인으로 인해 백혈병이 발생하는 경우를 보았고 직접 사건을 위임받아 진행하기도 하였다. 대부분 백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발암물질, 노출정도, 노출기간, 잠복기 등을 입증하여 업무관련성을 판단 받게 된다.
백혈병의 유해요인은 벤젠, 포름알데히드, 페인트, 방부제 등의 화학약품에 의한 노출과 전리방사선, 전기파 등 물리적 노출에 의한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마저도 발병원인을 찾지 못해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인정받기가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 근로자 백혈병 사건만 보더라도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재로 인정하지 않았고 재판을 거쳐 최종적으로 산재로 인정받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이러한 직업적 요인외에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백혈병의 발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판례가 있어 주목된다. 2013. 1. 10. 사망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부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A부장판사는 양쪽 다리에 통증을 주소로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였고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동반한 괴사성 근막염으로 패혈증 진단받게 된다. A부장판사는 입원 나흘만에 사망하였다.
이에 유족은 기본적인 재판업무 외에도 직무관련 저술활동, 법무부 민사집행법 개정위원회 참여활동, 소속 법원 주체의 강연업무 등을 추가로 수행하여 과로로 인해 발생한 공무상 재해로 주장하였으나 공무원연금공단은 “과로 및 스트레스와 백혈병과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유족은 소송을 제기하였고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승소하였지만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하였다. 하지만 대법원 재판부는 A부장판사를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면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2015두56465)
재판부는 “망인은 급성 백혈병 입원 및 진단 후 불과 4일 만에 사망하였고, 망인의 사망 전, 특히 2012년의 업무 수행 내역 및 그 정도 등에 비추어, 망인에게 상당한 정도의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데, 과로와 스트레스에 의한 면역력 저하는 감염원 자체의 효력 또는 감염원의 양 등과 경합적으로 감염의 진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의 경우 급성 백혈병과는 독립적으로 감염이 발생한 후 누적된 직무상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감염이 괴사성 근막염으로 악화되어 패혈증을 발병시켰거나, 적어도 이러한 괴사성 근막염이 급성 백혈병과 중첩적으로 작용하여 패혈증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킴으로써 망인이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노무법인 태양 대구지사 정동희 노무사는 그동안 백혈병의 경우 벤젠, 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을 근거로 판단하였으나 이번 판결에서는 과로, 스트레스를 주요인으로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한 경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하였고 공무원연금법상 업무상 질병인정기준이 산재보험법상 업무상 질병기준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였을 때 큰 의미가 있는 판결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전했다.
안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