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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불공정한 대한민국을 관통한 문제작...연극 ‘베헤모스’(종합)

대한민국 현실과 맞닿아 더욱 아프고 씁쓸한 연극 한편이 탄생했다. 여타의 연극처럼 권선징악을 따르며 섣불리 희망을 제시하지 않는다. 작품은 정치권력의 비열함 속에서 피해자가 끝까지 피해자로서 아픔을 받는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줘 대한민국 현 주소를 되돌아보게 한다.


바로 돈과 권력 앞에서 어느 누구 하나 다르지 않은 욕망을 탐하는 인간임을 날카롭게 꼬집고 있는 연극 ‘베헤모스’이다.

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10일 오후 충무아트홀에서 열린 연극 ‘베헤모스’(작 정민아, 연출 김태형)프레스 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김태형 연출은 “나라 어지러울 때 공연장을 찾기가 쉽지 않은데,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말문을 연 뒤, “시국보다 조금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여드릴 있도록 하겠습니다.”고 전했다.

2016년 대학로에서 가장 ‘핫한’ 김태형 연출은 2016년 <글로리아> <팬레터> <트릴로지>시리즈 등 연출작마다 연타석 매진 행렬을 이끌어냈다. 그가 2017년 첫 작품으로 연극 ‘베헤모스’를 선택했다.

작품은 사회 고발, 정의 구현, 재벌 혹은 법조인 비리 등을 소재로 만든 영화와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김 연출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은 정치 영화 그 이상이었다. “현실에 일어나는 일보다 저희 작품 속 캐릭터들이 더 괴물 같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그렇다”면서 “실제 뉴스 속 인물이 더 끔찍하고 자기 욕망에 충실한 이기적인 인물들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베헤모스’는 2014년 3월에 방영된 KBS 드라마 스페셜 <괴물>(대본 박필주, 연출 김종연)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유력 정치인의 아들에게 벌어진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그를 변호하는 자와 응징하는 자의 파워 게임을 통해 악의 순환을 담아냈다.

김태형 연출이 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김태형 연출이 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배우들이 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배우들이 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제목인 ‘베헤모스’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존재로, 히브리어로 ‘괴물’이란 뜻을 지닌다. 신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함께 만들어진 복수의 거대한 괴물로 아무도 쓰러뜨릴 수 없다고 한다.


연극 속에선 원작 드라마 속의 열려있는 결말과는 다른 결말을 마주하게 된다. 김태형 연출 그리고 국민들이 바라보는 대한민국에 대한 인상이 그대로 녹아있는 지극히 현실적인 결말이다. ‘결국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남게 되는 건 피해자뿐이고, 피해자는 끝까지 피해자로서 아픔을 받을 수 밖에 없음’을 가슴 깊이 통감하게 되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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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출은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대한 인상인 것 같다.” 며 “한마디로 말하면 지금 제가 세상을 보고 있는 세계관이 씁쓸하고 비관적이고 또 아프다.”고 덧붙였다.

다소 시니컬한 멘트를 이어가던 김 연출은 배우로서 본인의 연기를 평가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유머와 위트 감각을 발휘했다. 극중 김태형 연출은 영상 속에서 패널 연예기자로 출연한다.

“이번 연기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전한 김태형 배우는 “제가 2010년 연출을 하던 중, 함께하던 배우가 다쳐서 정식으로 무대에 출연한 적 있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직접 배우 경험을 한 김태형 연출은 2달간 배우들에게 무대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경험 이후 ‘함부로 배우들에게 연기 코멘트를 할 게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조연출, 무대 감독들이 함께 출연하는데, 관객들에게 낯선 얼굴들로 다가가게 해 시사프로 패널 같은 느낌을 주고자 했다”

‘괴물’의 무한증식을 통해 욕망의 수레바퀴가 쉬지 않고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극 ‘베헤모스’ 속에서 눈길을 끄는 인물은 피해자이자, 대중들에게 뉴스를 전하는 기자로 나선 멀티 역 김히어라이다. 자신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알리지 못한 채 죽어간 피해자 ‘민아’,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보고할 수 없는 언론인의 모습은 답답한 시국을 여지없이 떠올리게 한다.

김히어라가 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김히어라가 10일 열린 연극 ‘베헤모스’ 프레스콜에서 장면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오훈 기자


김히어라는 “살다보면 ‘법대로 해’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오히려 ‘법 때문에 막혀’라고 말하게 되는 케이스를 더 자주 마주하게 된다.” 며 “그렇기에 (법이 아닌)양심적으로 죄짓지 말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이런 시국과 저희 연극을 통해 정치 및 사회의 부조리한 면에 더 관심을 갖는 이들이 많이 생길 수 있다면 그래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일 개막한 연극 ‘베헤모스’는 4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된다. 배우 정원조, 김도현, 최대훈, 김찬호, 문성일, 이창엽, 권동호, 김히어라가 출연한다.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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