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머니+]가시지 않는 인플레 기대심리… 물가채 살까 말까

높은 관심에 거래량 증가...하루 1,000억 넘기도

"물가 더 뛴다...투자 매력" vs "일시적 현상...살 때 아냐" 엇갈린 전망

일반 국고채 보다 거래량 적고 稅혜택도 사라져

작년부터 기관위주 시장 재편...개인 투자 주의를



소비자물가 상승률만큼 채권가격이 상승(채권금리 하락)하는 물가연동국채(물가채)에 대한 관심이 인플레이션 기대감과 함께 쉬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트럼플레이션’ 기대감 이후 1월 물가상승률이 4년 3개월만의 처음으로 2%대에 진입한 데다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적어도 상반기에는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예상 덕분이다. 하지만 2%대 물가는 일시적일 뿐이라 지금으로서는 투자할 적기가 아니라는 평가도 만만찮다. 물가채는 국고채의 일종으로 10년물이 발행된다.

◇인플레 기대감에 물가채 강세… 거래량도 늘어=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물가채 중 채권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지표물인 10년물 ‘물가채 16-5’의 금리는 지난 9일 현재 1.045%다. 물가채의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동일한 만기의 국고채와 물가채의 금리 차이인 BEI(break-even inflation·기대인플레이션)를 봐야 한다. BEI가 증가했다는 것은 물가채 금리가 국고채 금리보다 더 급격히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는 의미로, 지난해 9월 초 52bp(1bp=0.01%포인트)에 머물렀던 BEI는 지난 9일 현재 108bp까지 상승한 상태다. 특히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 이후 급격히 확대 폭이 커졌다.


이에 물가채 거래량은 지난해 11월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류인욱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채권시장부장은 “장내채권시장에서 물가채는 하루 평균 150억원 정도로 꾸준히 거래가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 200억~300억원 이상 거래되는 날도 적지 않다”며 “어떤 날은 최대 1,000억원 이상 거래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장내 소액채권시장에서도 최근 들어 물가채의 거래가 자주 이뤄져, 한 번에 11억원 이상 거래된 적도 있다고 류 부장은 덧붙였다. 기관투자가뿐 아니라 일반 개인투자자 역시 물가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전망은 “추가 강세 가능 vs 차익실현 고민을”=물가채의 가격은 인플레이션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는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도 물가상승률에 따라 엇갈린다. 물가채 투자가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은 최소 1·4분기까지 물가상승 모멘텀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을 기반으로 한다. 박태근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점진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투자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서 물가채를 선별매수하는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박종연 NH투자증권(005940) 채권팀장은 “1월 물가상승률은 주로 식료품 가격급등이 원인으로 계절성을 감안하면 1·4분기 내내 해당 상품들의 가격 상승 폭이 클 것”이라며 “또한 2월에는 국제유가의 기저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보여 물가상승률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물가채 10년물 금리가 0.90%까지도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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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까지 올라간 물가상승률은 환율 등의 영향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 큰 상승세는 앞으로 어렵다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가깝게는 2월 이후 물가상승률이 둔화할 수 있고, 이에 적어도 2·4분기에는 차익실현 여부를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운선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물가 상승세는 주택 관련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월대비 기준으로 2월이 고점이 될 전망”이라며 “앞으로 물가채에 대한 차익실현 압력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채권시장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한국은행의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지 않은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상반기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006800) 멀티에셋전략실 연구원은 “채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물가채만 홀로 강세를 보인 적은 지금껏 없었다”고 지적했다.

◇적은 유동성, 개인은 투자에 주의를=한편 물가채는 일반 국고채와 비교하면 거래량이 많지 않아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개인투자자는 특히 매매규모가 기관에 비해 적을 수밖에 없어서 채권금리가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는 국면에서도 원하는 시점에 매도하지 못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지난 2015년부터 발행한 물가채는 원금 상승분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사라졌기 때문에 세제혜택 측면에서 투자매력이 다소 반감된 시점이다. 윤여삼 연구원은 “물가채는 세제혜택이 사라진 지난해를 기점으로 기관 위주의 시장으로 재편됐다”며 “개인은 투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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