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해야 하나. 이제는 일본을 용서하자.”, “그러는 그대는 위안부 할머니를 대신해 일본을 용서할 만큼 헌신하는 삶을 살았느냐.”
부산 일본영사관 주변의 소녀상 설치로 한일간 외교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찬반론자간의 필담 전쟁이 벌어졌다.
지난 2월 초 부산 동구 초량동 일본영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에 주민 최모씨가 소녀상 이전을 주장하는 불법 선전물을 붙였다. 당시 소녀상을 관리 책임 관할서인 동구청이 이 유인물 수거를 방치하자 보다 못한 시민과 소녀상 지킴이 단체가 수시로 불법 선전물을 떼어왔다.
하지만 최씨는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담은 유인물을 다시 붙이며 소녀상 이전 찬반론자들의 공방이 시작됐다. 앞서 최씨는 지난 1월부터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1인 시위를 벌여왔다.
최씨는 종이에 ‘우리가 언제까지 일본을 미워해야 하나. 먼저 용서하고 화해하는 대한민국 시민이 되자.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한다’고 적었다.
이런 내용을 담은 최씨의 유인물은 11일 오전 돌연 사라졌다. 대신 그 자리에 검은색 유성펜으로 쓴 A4 용지 3장이 붙었다.
이 종이에는 ‘귀하가 가슴 아픔을 당한 이들을 대신해 용서할 만큼 누군가에게 헌신하며 가치 있는 삶을 살았느냐’며 ‘귀하가 쓴 대한민국은 일본을 용서한다는 글은 수거해 가니, 귀하의 글이 과연 재물이라고 여길 시 내용증명서를 보내길 바란다’는 글과 함께 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경찰은 애초 최씨의 선전물을 뗀 시민 하모(41)씨를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했지만, 부착물이 불법이고 피해가 경미한 점, 정치적 의도가 없다며 입건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씨는 소녀상 지킴이 단체가 붙인 선전물도 불법인 만큼 함께 철거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유인물만 계속 떼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주장해 이들 사이의 공방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소녀상을 지키는 부산시민행동’은 오는 13일 일본영사관 앞 소녀상에서 소녀상 건립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 줄 것과 동구청이 소녀상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