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첫 만남에 통상압박 자제한 트럼프...본격 논의는 '미일 경제대화'로

재정·무역·인프라서 美 이익 압박 관측...한미 FTA 재협상 선례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사업가 출신답게 경제적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일본 측의 우려와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첫 정상 간 만남을 고려해 일본에 대해 지적해온 환율 조작·자동차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양국이 미일 양자 무역협정을 염두에 두고 재정·무역·인프라 투자 등 주요 경제이슈를 미일 간 신설되는 경제대화를 통해 별도 협의하기로 한 만큼, ‘공정무역’을 앞세운 미국의 대일 압박은 앞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경제 모두에 혜택을 주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상호적인 무역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면서 ‘공정 무역’에 방점을 찍었다. 이는 지난해 689억달러를 기록한 막대한 대일 무역적자를 적잖이 의식하고 있음을 나타낸 것이다. 그러자 아베 총리는 “자동차 회사를 비롯한 일본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상회담에서 사전에 준비한 7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선물을 안기는 한편, 미국 경제에 대한 일본의 경제적 기여를 설명하느라 애쓴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에 앞서 통상 및 환율 문제를 놓고 일본에 직격탄을 날려 온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벼르다시피 해온 엔화 약세 문제나 자동차 산업 무역역조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때문에 첫 정상 간 만남에서 노골적인 경제 압박을 우려했던 일본에서는 안도의 기색이 역력하다. 아베 총리는 경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특기인 우발적 언행이 없었던 데 대해 “몇 개의 지뢰를 밟지 않게 돼 잘 됐다”고 주변에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양국 통상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날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 선언문에는 회담 직전까지 논의가 없던 미일 양자 간 경제협의 채널 신설이 포함됐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주관하는 ‘경제 대화’를 통해 △재정 및 금융 △양자 무역 △인프라투자 등 3개 분야에 대해 별도 논의를 진행한다는 내용이다. 미일 양국간 무역 대화의 틀이 일본이 선호하는 다자간협정인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호하는 미일 자유무역협정(FTA)로 사실상 옮겨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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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일본 언론들은 TPP에서 탈퇴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FTA 체결을 염두에 두고 직접 무역 관련 이익을 챙기는 한편 엔저 등 환율 문제에 대한 압박을 가할 수단을 확보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앞으로 신설되는 미일 경제 대화에서 “자동차 문제와 엔저 현상에 대해 미국이 일본의 ‘시정조치’를 요구”하며 본격적인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미일 경제 대화를 통한 자동차 등 양국간 무역 불균형 개선 논의는 미국 측이 향후 제기할 수 있는 한미FTA 재협상이나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양자 무역협정에도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발표된 미 상무부의 지난해 무역통계에서 일본은 미국에 689억 3,8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많은 적자를 미국에 안겼다. 특히 대미 무역 흑자의 70% 가량인 526억달러가 자동차 관련 품목이어서 앞으로 미국의 불공정 무역공세는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일본을 향해 “(외환)시장을 조작하고 자동차 무역에서 불공평한 일들을 많이 해왔다”고 비판해 왔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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