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금한령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연초부터 대형 호텔들이 줄줄이 문을 열고 있다.
국내 관광시장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 우후죽순 착공에 돌입했던 대형 호텔들이 잇달아 오픈에 돌입한 것으로, 업계간 출혈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호텔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223실 규모의 알로프트 명동을 시작으로 올해 대형 호텔 오픈이 잇따른다. 3월 파르나스호텔의 ‘나인트리 프리미어 호텔 명동’이 오픈하며, 롯데호텔의 야심작인 6성급 ‘시그니엘’은 오는 4월 235실 규모로 잠실에 문을 연다. 같은 달 신라호텔의 비즈니스 호텔 ‘신라 스테이 서초’도 영업을 시작한다. 또 롯데의 도심형 호텔 ‘L7’은 올 연말과 내년 1월 강남과 홍대 지역에 각각 점포를 연다.
아코르 앰배서더 호텔 그룹은 오는 10월 용산에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고급 호텔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와 ‘노보텔 앰배서더 스위트’ 및 ‘이비스 스타일 앰배서더’, ‘노보텔’ 등 4개의 호텔을 연다. ‘이비스 버젯 앰배서더 강남’도 올해 중으로 영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파라다이스 호텔’도 인천에 600실 규모 오픈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 호텔들의 숫자도 숫자지만 대형급이 대부분인데다 시그니엘과 그랜드 머큐어 앰배서더 등 서울에 문을 여는 호텔 10곳 가운데 약 절반이 일반 관광객들의 선호도와 거리가 있는 ‘고가’라는 점에서 우려된다.
무엇보다 한반도 사드 배치 문제로 한·중관계가 냉각되는 등 올 한해 호텔 이용객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은 2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때와는 달리 추세적으로 줄고 있다. 법무부가 발표한 월별 중국인 방문자 수를 보면 8월 89만5,000여 명에서 10월 69만8,000여 명, 12월 54만8,000여 명으로 나타나는 등 지난해 하반기 이래 관광객 숫자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춘제 기간(1월 27일~2월 2일)도 국내 여행사의 예약이 20~30% 줄었다. 반면 서울 지역 숙박업소는 2014년 말 223곳 3만4,551실에서 지난해 말 348곳 4만6,947실로 꾸준하게 늘고 있다.
한 호텔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새롭게 문을 연 대형 호텔 가운데 객실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객 유치를 위해 객실 단가를 대폭 낮추는 등 출혈 경쟁 속에 매물로 시장에 나오는 업체도 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