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P2P금융 출발, 정확한 장부에서 시작돼야

권오형 어니스트펀드 재무이사

권오형 어니스트펀드 재무이사


지난해 국내외의 많은 이슈에서 자연스레 관심이 멀어진 사건이 하나 있다. 바로 세계적인 대형 조선사이자 상장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사건이다. 정직하게 장부를 작성해야 할 회사의 경영진은 이중장부를 관리했고 독립적이어야 할 외부 감사 회계법인은 이를 눈감아줬으며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이를 방조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결국 공시 정보를 믿고 투자한 수많은 개인투자자와 적시에 구조조정을 하지 못해 대량 해고에 직면한 직원들, 그리고 산업은행을 소유한 정부는 큰 피해를 입었다.

그렇다면 과연 분식회계 문제는 대기업이나 상장회사들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 P2P금융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고객의 투자금을 다루는 금융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에 정직하고 정확한 장부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필요한 항목을 짚어보자.

첫째, 내부 회계 전문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소규모 회사들은 자체적으로 장부를 기록하고 주기적으로 결산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P2P금융회사는 업무 특성상 수많은 대출 실행, 대출원리금 상환, 투자금 납입, 원리금 지급 등이 발생하기에 해당 거래의 실시간 기록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외부에 맡기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다. 외부 업체에 장부 기록을 맡긴다고 해도 최소한 기록을 검증할 수 있는 전문가를 회사 내부에 확보해야 한다.


둘째,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는 것이 좋다.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음으로써 이러한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내부 정책과 절차도 정비할 수 있다. P2P금융업종의 경우 의무 외부 감사 대상 법인이 아니더라도 고객과 회사를 위해 회계감사를 받는 것을 권하고 싶다. 재무제표는 외부 평가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회사 내부적으로 회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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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내부 통제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위의 두 절차로 장부를 관리한다 해도 특정인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면 횡령이나 조작의 위험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내부 통제 관점에서 볼 때 승인·집행·기록·보관·감사 기능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안전하다. 만약 현실적으로 모두 분리하는 것이 어렵다면 이 중 일부라도 분리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구성원 모두가 높은 윤리 기준을 가져야 한다. 장부를 촘촘하게 관리한다 해도 직원들의 윤리의식이 낮다면 부정이나 횡령 같은 문제를 완전히 막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 직원에 걸쳐 통제와 모니터링이 필요 없을 정도의 높은 윤리의식을 문화로 만들어낸다면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신뢰받는 정직한 금융기업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올해 3월 P2P금융협회 차원에서 회원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있다. 신뢰받는 기업의 출발은 정직하고 정확한 장부에서 시작돼야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투명하고 깨끗한 방식으로 금융시장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나갈 P2P금융업계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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