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쏟아지는 컨선에…'한국 해운' 쏟아지는 눈물

  글로벌 선사 올해만 173만TEU 신규 투입

  저운임 기조 지속… 선복 과잉 심화 불보 듯

  규모의 경제서 밀리는 현대상선 미래 '암울'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에서는 가까이 봐서는 한 눈에 다 들어오지도 않을 정도 크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이 선박은 세계 9위의 홍콩 선사인 OOCL이 발주한 2만1,1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크기)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이다. OOCL은 지난 2015년 삼성중공업에 2만1,100TEU급 컨테이너선 6척 건조를 맡겼고, 올해부터 차례대로 인도해갈 예정이다.

인근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에서도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가 발주한 1만9,000TEU짜리 컨테이너선이 건조되고 있다. 총 11척을 발주한 머스크는 오는 4월부터 순차적으로 선박을 인도하게 된다.


지난해 글로벌 해운업계를 적자의 늪에 허덕이게 했던 저(低)운임 기조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5년께 글로벌 선사들이 앞다퉈 발주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올해 속속 인도돼 운항에 투입된다는 점이 배경으로 꼽힌다. 수요(물동량)와 공급(선복량)을 놓고 봤을 때 공급 과잉이 심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12일 영국 해운 컨설팅업체인 드류리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인도되는 선복 규모(발주 잔량)는 173만5,000TEU(249척)다. 이는 지난해에 인도됐던 87만3,000TEU보다 2배 가량 많을 뿐 더러 세계 4위 선사인 중국 COSCO 선복 규모(165만TEU)와 맞먹는다. 현대상선의 선복 규모가 46만TEU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 4배 규모의 선사가 시장에 새로 등장하는 꼴이다.


김현수 해운거래정보센터 선임 연구원은 “지난해 해상운송시장에 나타났던 선복 과잉 현상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훨씬 많은 선복이 풀리면서 공급 과잉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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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초대형 컨테이너선이 시장에 풀리면 물동량이 증가하지 않는 한 해상 운임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하지만 선사들이 이러한 업황을 체감하는 정도는 다르다.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확보한 선사들은 그만큼 운임 단가를 낮춰 수익성을 보전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배를 한 번 띄워 100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것보다 1,000개 컨테이너를 실어 나르는 게 선사 입장에서는 효율성 측면에서 더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다.

반면 현대상선과 같은 국내 선사는 수익이 나지 않을 정도의 저가 운임을 속수무책으로 떠안아야 할 처지다.

실제로 전 세계 선사들이 보유한 발주 잔량은 274만2,735TEU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173만TEU가 빅5 선사에 몰려 있다. 현대상선의 발주 잔량은 ‘제로’다. 현재 기준으로 인도할 선박이 아예 없다는 의미다. 1만5,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 확보를 통해 저운임에 대응하는 선사들의 전략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우리나라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부진한 업황을 헤쳐나갈 기회를 잃었다”면서 “현대상선이 지금이라도 친환경 고효율 선박 확보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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