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단독]한수원, '방폐장 차입금 2조원' 55년 조기 상환

중저준위 방폐장 돈문제 일단 해결

정부,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주력할 듯

한국수력원자력이 경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을 짓기 위해 정부에서 빌린 2조원을 약 55년 앞당겨 상환하기로 했다. 상환이 끝나면 중저준위 방폐물을 둘러싼 자금 문제가 해결돼 정부는 30년 넘게 진척되지 않고 있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산업통상자원부에 경주 방폐장을 지을 당시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에서 차입했던 1조9,600억원의 돈을 2020년까지 상환하기로 잠정 협의했다.한수원이 60년간 단계적으로 갚기로 했던 것을 일시상환으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원자력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협의를 시작해 최근 의견이 상당히 진척됐다”며 “상반기 내에 관련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방폐장은 지난 1978년 국내 최초로 원자력발전이 가동돼 우리나라를 만성 전력부족 국가에서 벗어나게 한 성과의 그늘이다. 발전 과정에서 장갑과 폐수지 등 중저준위 방폐물은 쏟아져나왔고 각 원전은 드럼에 가둬 내부에 임시로 저장해왔다. 정부는 방폐물을 완전히 처리하기 위해 1986년부터 부지선정에 들어갔지만 일명 ‘부안 사태’가 발생하는 등 지역민들의 격렬한 반대로 30년 만인 2015년에야 경주에 최종 준공될 수 있었다.


중저준위 방폐장은 지어졌지만 돈 문제는 끝이 나지 않았다. 경부 방폐장은 방폐물관리기금 가운데 중저준위 계정에 있는 돈으로 건설돼야 했다. 계정에 쌓이는 돈은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매년 적립하게 돼 있는데 건설 당시 중저준위 계정의 돈이 모자라 방폐물관리기금의 또 다른 계정인 사용후핵연료기금에서 지하처분시설(1조7,000억원)과 표층처분시설(2,600억원) 자금을 차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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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은 이 돈을 2075년까지 60년간 중저준위 방폐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옮길 때 드럼(200ℓ)당 건설과 금융(이자) 비용을 붙여 지급해 사용후핵연료 계정을 메우기로 했다. 건설비용을 60년 할부한 셈이다.

하지만 상황은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지난해 고준위 폐기물 처리를 더는 늦출 수 없다며 올해부터 처리시설의 부지선정 절차에 들어가 오는 2028년에 결론을 내야 한다고 권고하면서 바뀌었다. 2019년부터 각 원전이 임시 저장하고 있는 고준위 폐기물 관리시설이 순차적으로 포화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인데 고준위 방폐장 처리시설을 짓기 위해서는 당연히 중저준위 시설 건설을 위해 돈을 빌린 한수원이 갚아야 했다. 상환하지 않으면 고준위 시설 설치를 위한 자금 문제가 계속 발목을 잡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았다.

한수원이 2조원 상당의 돈을 일찍 상환하기로 한 데는 늘어나는 이자비용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럼당 지급되는 총비용 가운데 건설금융비용만 80%에 달한다. 경주 방폐장으로 보내는 비용은 2011년 한 드럼당 736만원에서 2014년 1,193만원, 2015년 1,219만원까지 뛰었다. 한번에 돈을 갚으면 한수원은 향후 계속 늘어날 수 있는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한수원의 자금 상환으로 1983년 이후 멈춘 고준위 방폐장 건설 절차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2조원의 자금이 들어오면 고준위 방폐장을 지을 사용후핵연료 계정의 돈은 약 7조원으로 증가한다. 여기에 한수원이 폐연료봉 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매년 8,000억원의 자금도 들어온다. 부지 선정 이후 중간저장시설을 지을 2028년께는 약 16조원의 건설비용이 쌓이는 셈이다. 다만 고준위 방폐장이 들어설 예정 부지의 주민 반발을 우려해 국회가 관련 법의 처리를 늦추고 있어 실제 건설이 탄력이 받을지는 차기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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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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