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토지신탁이 실시한 경력직 채용에 삼성물산(028260) 출신이 8명이나 지원했다. 30대 대리부터 50대 부장까지 직급도 다양했다. 채용을 실시한 대토신 관계자들도 적지 않게 놀랐다는 후문이다. 과거에 삼성물산과 같은 대형 건설사 직원들의 부동산 신탁사 이직이 흔치 않았던 탓이다.
1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토신의 사례처럼 최근 건설사 직원들이 신탁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토지신탁(034830)은 최근 삼성물산에서 과장과 부장급 직원 두 명을 채용했다. 현재 한토신 도시재생팀 8명 중 5명이 삼성물산을 포함해 포스코건설·삼호건설 출신이다. 한토신은 상반기 중 시공사에서 4명 정도를 더 뽑을 예정이며 이 중 2명은 도시재생팀에 배치할 계획이다.
코리아신탁도 도시재생본부장과 팀장이 모두 삼성물산 출신이다. 이외 KB부동산신탁과 한국자산신탁(123890)의 경우 정비사업팀을 이끄는 수장이 모두 대형건설사 출신이다. 한자신은 지난해 SK건설에서 도시재생실장을 영입했으며 KB신탁 정비사업팀장은 두산중공업(034020) 출신이다.
이처럼 건설사 직원들이 신탁사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일부 건설사에서 정비사업 부문의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물산은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 물량이 전혀 없었다. 대림산업(000210)이 3조원이 넘는 정비사업을 수주했고 현대건설·GS건설·대우건설·롯데건설 등도 1조원 이상을 수주한 것과 대조적이다. 회사 측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이 주택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건설 업계에 끊임없이 도는 이유다.
최근 신탁사로 옮긴 전 삼성물산 정비사업팀 관계자는 “삼성물산에서 인력 이탈이 계속되고 있어 향후 영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사업성이 좋은 강남 쪽 재건축 사업에 주력한다고 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뿐만 아니라 다른 건설사들도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사업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해 반짝 호조를 보였던 주택 사업 전망도 어두워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반면 신탁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건설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향후 시공사 인력의 신탁사 이직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사 출신의 한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사로 옮기면 연봉이 많게는 10% 정도까지 오르는데다 고용 안정이 보장된다”며 “신탁사들이 정비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대형건설사 인력의 이직 행렬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