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강약점이 있다. 공통적인 사실이다. 그러나 강약점에 대한 태도는 각기 다른 것 같다. 자신의 강점을 뛰어나게 다듬어 스스로를 빛나게 만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자신의 약점에 발목 잡혀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탕진하는 경우도 있다.
D 과장은 총명한 마케터이다. 타고난 부지런함과 책임감으로 주변사람들에게 항상 같이 일하고 싶은 동료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어느 날 내게 찾아왔다. 미국으로 MBA를 가고 싶어 회사를 떠나겠다는 이야기였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던 그녀였기에 이유가 궁금했다. MBA를 취득한 후 진로를 바꿀 생각인지 물어 보았다. 마케팅이 너무 좋아 그러고 싶지 않다는 답이 돌아왔다. 유학을 가야할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어 보았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일류대 출신이 대부분이 부서에서 지방대학을 나온 자신의 자격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는 답이었다.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기준에 아까운 기회와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학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은 개인에 따라 매우 필요하고 유익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다른 동기가 아닌 자신의 약점을 보충하려는 목적의 행동이라면 그다지 실용적이지 않은 결정이 될 수 있다.
첫째, MB를 다녀온 다 해도 그녀는 학벌이 좋은 세그먼트로 분류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그녀가 목표로 하는 최고의 마케터가 되는 길은 현장에서 더욱 다양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는 것일 수 있다. 항상 사람을 뽑고 길러야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MBA가 있고 현장 경험이 짧은 과장보다 다방면에서 많은 경험을 해본 국내 대학 출신이 훨씬 탐난다.
셋쩨, 자신의 강점으로 성공할 궁리를 할 때 그 확률이 훨씬 더 커진다. 2년 유학으로 인한 어설픈 영어 실력과, 어중간하게 섞여있는 학벌, 중간쭘 한 듯한 글로벌 네트워크는 그 사람을 빛나게 만들지 못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 일에서 보여준 근성, 현장 경험, 다양한 분야의 네트워크, 그것에 뿌리 내리고 그 분야에서 최고의 경험을 갈고 닦는 것이 훨씬 더 성공의 확률을 높힐 수 있다.
강호동, 유재석, 신동엽. 국민 MC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뛰어남은 그들 모두에게 발견되는 공통적이지만, 사로잡은 색깔과 모습은 사뭇 다르다. 말을 유달리 조리있게 하는 신동엽씨는 뛰어난 커뮤니케이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함꼐 하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며 서로 어울리게 만드는 융합의 미는 유재석씨의 진행 솜씨에서 발견된다.
상대를 위협하기도 하고 자신 스스로가 망가지기도 하면서 대중의 눈높이를 맞추며 떠들썩하게 진행되는 것은 강호동식 리더쉽이다. 모습은 다르지만 그들 각자는 자신의 강점을 갈고 닦아 최고 경지에 이른것이다. 커뮤니케이터로서 최고, 화합가로서 최고, 그리고 분위기 메이커로서 강점을 다듬어 최고에 이른 것이다. 그것이 그들이 모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미지근한 우유가 되지 말자. 시장에는 차가운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과 따뜻한 우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도 저도 아닌 미지근한 우유가 되어 버린다면 아무도 마시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이미 가진 강점을 갈고 닦아 사내 최고, 아니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 약점을 보강해 보겠다고 그닦 많이 있지도 않은 에너지를 온통 쏟는다 해도 그 약점이 결코 나의 강점이 될 수 없으며, 그 사이 내가 가지고 있던 강점은 무디어져 미지근한 우유가 되어 버릴 수 있다.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조용조용 의사결정이 신중한 장점이 있는 내가, 사람들앞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을 약점으로 여기고 고쳐보겠다며 온 에너지를 몰입시킨다면 어떤 일이 벌어 질까? 회의 시간에 공격적인 발언으로 수위를 높히고, 스스로가 불편한 수준의 속도로 의사 결정을 내려본다. 미처 준비되지 않은 발언으로 에어타임을 의도적으로 차지해 보려고도 한다. 그러나 지속적이지 않다.
본인 스스로가 힘들어 포기하게 되고, 지켜보는 사람들 역시 기존의 호의적 평판이 헷갈리기 시작한다. 자신에 대한 자신감은 더 떨어지고,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셔닝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를 상실 할 수도 있다. 어느 면에서도 행복하지 않은 과정이며, 지속적일 수 없기에 완성되지 않는 결과를 남길 뿐이다.
회사일은 어쨌든 어렵다. 늘 경쟁하고 비교당할 수 밖에 없다 나만의 색을 찾고 내 자리를 찾아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난무하는 만큼 편안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에 배팅해야 한다. 갖지 못한 것, 부족한 것, 남들이 더 잘하는 것을 바라봐서는 이미 게임 오버이다.
내가 가진 최고의 블루칩이자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은 다름아닌 내가 가지고 있는 강점, 그 자체이다. 장점에 집중하고 그것을 갈고 닦자. 약점은 내 발목을 잡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으로만 관리하면 된다. 대부분의 나의 에너지는 내가 지니고 있는 강점에 쏟아 부어 그것이 세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게 하자. 가능성 높은 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안하고 행복한 여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 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