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무 부적응병사와 군 생활 어려움에 대한 원인을 놓고 일선 병사와 간부 간의 시각차이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군 생활 어려움의 원인으로 병사들은 ‘비합리적 문화’를 꼽았지만 간부들은 개인의 성격 문제를 일 순위로 꼽았다. 복무 부적응병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도움·배려 병사 제도를 놓고도 병사들 상당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것에 반해 간부들은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14일 국가인권위회의 ‘입영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군 부대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병사 5명 중 1명(22.7%)은 군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원인을 놓고 병사 12.4%는 ‘군대 내 비합리적 문화’를 꼽은 반면, 간부들은 개인의 성격(13.5%)·가정문제(12.7%)를 우선순위로 꼽았다. 또 부대 내 부적응 병사 관리 제도를 놓고서도 ‘도움이 된다’는 병사의 응답은 13.6%에 그친 반면, 간부들은 무려 63.5%나 도움이 된다고 응답해 큰 시각차를 보였다.
이 조사는 인권위가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간 육군 3개 상비사단 병사 334명과 간부 33명을 대상으로 벌였다.
조사 결과 병사들이 군 내부 부조리 등에 대한 구제 제도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통로는 마음의 편지(36.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 진정 접수 등 외부 기관 신고와 같은 적극적 행위는 5% 미만에 그쳤다.
그나마 이뤄지고 있는 내부 건의조차도 효과적이라 응답한 병사는 33.9%에 불과했다. 적절한 조치가 미흡(38.8%)하고, 비밀과 신고자 신원에 대한 보장이 불분명(32.8%) 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인권위가 벌인 군 부조리 피해 가족들의 심층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확인됐다.
피해자 A씨의 경우 자대 배치 후 선임들의 폭언과 집단 따돌림이 있었고, A씨의 문제 제기로 가해자가 영창을 다녀왔다. 그러나 이후 가해자의 폭언과 가혹행위가 더욱 심해져 결국 A씨는 급성 우울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복무 부적합으로 전역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복무 부적응 발생 원인을 개인의 자질 문제로만 귀결시키는 현실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군대 부적응 병사에 대한 관리를 놓고 지휘관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휘관들의 애로사항을 조사한 결과 과반수인 59.5%가 복무 부적응 병사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라고 응답했다. 이는 과다한 업무(11.9%)보다 약 5배 정도 많은 수치다. 인권위 2006년 조사(26.6%)와 비교했을 때는 부적응 병사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2배 이상 높아졌다.
인귄위는 “토론회 등을 거쳐 군 복무 부적합자 선별 및 부적응자 관리 시 문제점을 살펴보고,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전문가 및 관계자들의 의견수렴을 거쳐 입영제도 개선방안을 조만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