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강경 대치는 3월로 예정된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FE) 훈련에 최고조에 올라 4월 실시될 통합화력격멸훈련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 등이 서해상에 진입해 작전을 펼치고 중국이 맞대응하기 위해 군사 훈련을 펼칠 경우 자칫 한반도가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대결장소로 변모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1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한 업무보고자료에서 북한의 ‘북극성 2형’ 발사 등 도발에 대응해 “역대 최고 수준급 KR·FE 연습으로 한미동맹의 대북 대응 결의를 현시하기 위해 미국 측과 전략자산 전개 규모 및 공개 확대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한미 양국이 미국 본토의 F-22 스텔스 전투기의 전진 배치와 각종 전략 핵폭격기, 핵 추진 항공모함 등을 한반도에 순차적으로 전개하는 데 이미 공감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미 대통령이 최근 연이어 대북 강성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미국의 전략 자산 운용 수준도 이전보다 단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군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김정은에게 끊임없이 두려움과 피로감을 주기 위해 미국의 F-22 스텔스 전투기가 평양 상공을 비행하고 핵추진 잠수함이 북한 쪽 동해에서 작전을 펼친 후 이를 사후 공개하는 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여기에 자위권을 내세워 요격을 시도할 경우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 빠져들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미국 항모전단이 서해에 진입하면 중국은 항상 대응 전력을 운영해왔다는 점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이 한반도 해역에서 대치하는 상황까지 예상된다.
한미 양국은 4월에도 대규모 통합화력격멸훈련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이 훈련은 1977년부터 2015년 8월까지 8차례 실시된 훈련으로 1년 8개월 만에 다시 재개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한미 양국은 이 훈련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거 훈련을 비롯해 전방 지역에 배치된 북의 장거리 포와 다연장 로켓을 정밀 타격하는 훈련을 실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중장기적으로 북한의 핵탄두 탑재 가능 미사일에 대응한 전략도 마련 중이다. 방위사업청은 이날 국회 업무보고를 통해 유사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전자기탄(EMP탄)과 레이저무기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주한미군에 고고도요격체계(사드·THAAD)를 가급적 빨리 배치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사드 배치에 대해 여야 정치권, 특히 대권 주자마다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치권으로도 논란이 번질 전망이다. 한반도 긴장 상태가 탄핵정국과 헌법재판소 판결, 향후 정치일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주목된다.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