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헤지펀드서 발 빼는 증권사

수익률 낮아 메리트 적고

운용전략 노출도 부담

두달새 삼성 등 3곳 철수



과열 양상을 보이던 증권사들의 헤지펀드 시장 진출이 주춤하고 있다. 기대만큼 성과가 나오지 않는데다 판매도 시원치 않기 때문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증권(016360)이 전문사모집합투자업(한국형 헤지펀드) 등록 신청을 철회한 데 이어 최근 HMC투자증권(001500)도 전문사모집합투자업 등록을 전면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말 신한금융투자가 사업 검토를 중단한 것을 포함하면 두 달 새 3곳이 헤지펀드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난해 8월 금융위원회가 증권사의 헤지펀드 운용을 전면 허용할 때만 하더라도 업계는 너도나도 헤지펀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시장에서 증권사들이 서둘러 발을 빼는 것은 수익률과 전략 노출에 대한 우려 탓이다. 지난해 11월 설정된 토러스투자증권의 ‘토러스대체투자 제1호’와 ‘토러스대체투자 제2호’의 누적 수익률은(7일 기준) 각각 -34.90%와 -35.56%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NH투자증권(005940)이 설정한 ‘NH 앱솔루트 리턴 제1호’의 누적 수익률도 -1.41%에 그쳤다. 코리아에셋증권의 ‘코리아에셋 클래식 공모주 제1호’가 누적 수익률 6.11%, 신영증권의 3개 상품의 누적 수익률이 0.04~5.37%로 그나마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여타 유사 상품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헤지펀드 사업을 중단한 한 증권사의 관계자는 “낮은 수익률로 인해 성공적인 판매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굳이 사업에 진출할 메리트를 느끼지 못했다”고 전했다. 수익성은 낮은 반면 자사의 고유자산 운용 전략이 노출되는 것도 문제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의 대표는 “증권사가 헤지펀드 사업에 진출하려면 현재 고유자산을 운용하는 부서를 분사해야 한다”며 “그간 내부에서만 공유되던 고유자산 운용전략이 펀드를 출시하면서 노출되는 것에 반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아 결국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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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펀드’라는 태생도 판매 확대의 한계로 작용한다. 사모펀드 대부분이 증권사를 통해 판매되는 상황에서 경쟁사인 타 증권사 상품의 판매를 꺼릴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공통 판매가 가능한 은행권은 사모펀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판매 자체가 부진한데다 대다수의 증권사와 계열 관계여서 역시 판매가 쉽지 않다. 지난해 말 은행권 내 사모펀드 판매가 가장 많았던 한국산업은행이 2조6,8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36조2,987억원의 7.3%에 불과했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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