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큰 딸 말리아(19)가 지난달 24일 워싱턴에서 목격됐다. 가족이 모두 카리브 해로 퇴임 휴가를 떠나고 홀로 남았던 그가 다코타 송유관 건설 반대집회에 참석한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다코타 송유관 건설은 지난해 말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중단된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말리아의 시위 참석은 워싱턴 정가에 묘한 파장을 일으켰다. 바로 이날 도널드 트럼프 신임 대통령은 송유관 공사 재개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식명칭은 ‘다코타 액세스 송유관 사업’. 미국 중북부의 4개 주를 관통하는 대형 건설사업이다. 노스다코타주 북서쪽의 셰일오일 지대인 바켄 유전지대에 매장된 원유를 길이 총 1,900㎞의 송유관을 통해 일리노이주 남부 퍼토카까지 수송하는 것이 기본 계획.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사 진척률은 90%에 육박할 정도며 문제가 된 미주리 강 저수지는 335m의 공사만 남겨 놓고 있다.
이 사업은 2014년 출발부터 개발과 환경보호 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한 사안이다. 개발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중동 등이 아니라 자국에 매장된 74억배럴의 원유를 미국 중서부와 멕시코만 연안까지 실어 나를 수 있고 주와 지방정부에는 1억5,000만달러의 수익과 1만2,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환경론자들은 이 송유관이 일부 지나는 미주리 강의 수질오염과 인디언 문화유적 훼손을 문제로 지적하며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13일 두 인디언 부족이 낸 송유관 건설 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인디언 부족들은 이날 법원의 결정에 크게 실망하면서 송유관 건설 후에도 폐쇄 투쟁을 이어간다고 하고, 반(反)트럼프 진영 정치권에서도 계속 문제 삼겠다는 방침이다. 우리도 이런 갈등이 낯설지 않다. 지난 2002년 천성산 도롱뇽 보호를 이유로 경부고속철(KTX) 건설이 중단되는 바람에 엄청난 예산을 낭비한 것도 다코타 송유관 건설과 비슷한 맥락이었으니 말이다. /온종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