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건설된 사회간접자본(SOC) 수명을 감안할 때 향후 5년간 국내 SOC 예산이 최대 47조원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좁은 국토와 인구 밀도에 대한 고려 없이 국토면적당 인프라 비율로 매년 삭감되고 있는 SOC 예산이 금방 한계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15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확장적 재정정책과 SOC 투자 확대’ 세미나를 열고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잠재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경기를 부양할 수 있는 SOC 투자전략을 논의했다.
발표에 나선 박수진 연구위원은 “1960년대부터 건설된 SOC 평균 수명주기(40~50년)가 도래하고 있어 앞으로는 신규 투자보다 재투자·개량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며 “그간 적정 투자 규모 대비 실제 투자가 최근까지도 꾸준히 부족해 2020년대부터는 재투자 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내 SOC에 대한 재투자 비용은 올해부터 10년간 매년 5조3,000억원씩 53조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이후 10년간은 매년 11조8,000억원씩 총 118조원, 그 이후 10년간은 총 300조원으로 늘어나는 등 급격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한국보다 SOC 건설이 빨랐던 미국이 먼저 비슷한 수순으로 가고 있다. 시설물 노후도가 높아지는 반면 개량·투자 예산(2016~2025년 총 3조3,000억달러)이 부족해 유지관리에 급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전체 SOC 예산의 56.5%가 유지관리에 투입됐다. 이에 따라 미국은 향후 10년간 약 1조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발표했다.
반면 한국의 경우 SOC 투자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는 판단 아래 2020년까지 5년간 투자를 줄여나가고 있다. 지난해 23조7,000억원에서 2020년에는 18조5,000억원까지 매년 6%포인트씩 감축할 계획이다.
이 같은 예산편성 착오는 SOC 스톡이나 투자 적정성을 평가하는 기존 방식의 허점 때문으로 지적됐다. 이상건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토 면적당 인프라 연장(㎞) 순위로는 한국이 세계 상위권이겠지만 인구밀도를 감안하면 바로 하위권으로 내려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SOC 투자가 양보다는 질, 신규 건설보다 유지 보수, 경제성보다 안전·친환경, 지역 간 균등배분보다 선택과 집중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