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단독] 문구에 꽂힌 신사의 패션

시계·안경·구두 등 이어

포미족 소비 트렌드 진화

만년필·자 등에 지갑 열어

작은 사치의 만족 극대화

작년 매출 성장세 거세자

명품서 국내 브랜드까지

문구 소품 등 잇따라 론칭



파버카스텔과 칼 라거펠트가 협업한 ‘칼 박스’파버카스텔과 칼 라거펠트가 협업한 ‘칼 박스’




#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은 올해 처음 럭셔리 문구류를 론칭했다.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따라 작은 소품들이 인기를 끌자 다양한 필기도구 및 책상 주변을 꾸미는 문구류에 럭셔리함을 입힌 것이다. 펜홀더, 연필, 데스크 패드, 북마크, 가죽 스탬프 패드, 가죽 필통, 연필꽂이는 물론 책상 위에 올려 놓는 가죽 소재 액자 프레임, 재떨이, 탁상용 거울까지 내놓았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루이비통 매장 매니저는 “국내 보유분이 나오자마자 모두 소진돼 필통 하나를 사기 위해서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귀띔했다.




남성들의 패션이 진화해 이젠 문구류까지 세를 확장하고 있다. 만년필, 연필, 필통, 자, 색연필 등과 같은 문구류는 여성보다 남성이 주로 많이 사용한다는 점에서 남성들이 ‘문구도 패션’이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직장 내 노타이 비즈니스 캐주얼 도입 확산과 본인이 갖고 싶은 물건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는 가치 소비 경향도 한 몫하고 있다.



◇문구류 매출 신장 역대 최대=최근 몇 년 동안 남성들이 패션에 눈을 뜨면서 클러치. 시계, 안경, 벨트, 구두 등에 지갑을 열었다면 지난해부터는 작은 소품으로도 자신의 개성과 패션 감각을 쉽게 과시할 수 있는 문구류에 관심을 쏟아 내고 있다.

문구의 경우 남성들이 쉽게 일상에서 ‘작은 사치’를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이 드는 데다 명품 브랜드라고 하더라도 조금만 더 투자한다면 만족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소품이라서다.


실제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문구 및 디자인 문구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판매가 각각 115%, 107% 늘었다. G마켓 측은 같은 기간 문구 카테고리의 남성 구매 신장률이 가죽 필통(506%), 플라스틱 필통(310%), 자(171%), 메모지(106%) 등의 순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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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본점 5층에 입점한 프리미엄 남성 소품 편집숍 ‘다비드컬렉션’은 지난해 18% 신장해 패션 상품군 평균(2%)보다 16% 포인트 높았으며 같은 층에 동일 상품군 중 가장 신장률을 기록했다.

루이비통 엘리자베스 필통루이비통 엘리자베스 필통


◇명품부터 국내 브랜드까지 문구류 앞다퉈 확대= 남성들의 문구 씀씀이가 커지면서 이를 겨냥한 명품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프라다 멘즈는 가방에 걸 수 있는 패브릭 필통과 다양한 키링, 선글라스 케이스 등을 내놓았다. 문구 자체의 기능적인 것에서 더 나아가 가방이나 클러치 등에 달 수 있도록 해 아예 패션 소품으로 둔갑시켰다. 특히 키링의 경우 자동차 열쇠를 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가방 액세서리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지난해 보다 2배 가량 디자인과 물량을 더 늘렸다.

프리미엄 필기구 브랜드인 ‘파버카스텔’은 최근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협업한 ‘칼 박스(350만원)’를 100개 한정으로 내놓았다. 이 고급 색연필 한정판은 갤러리아 명품관에서 이미 1개가 팔렸다.

코오롱FnC의 남성 브랜드 ‘시리즈’의 세컨드 브랜드 ‘에피그램’은 다음 달 경리단길에 문을 여는 편집숍에서 다양한 문구류를 구비하고 남성 포미족을 겨냥할 방침이다. 캠브리지 강남점 역시 해외 문구류 제품을 확장 중이다.

곽동범 갤러리아명품관 바이어는 “제한된 구매력으로 만족을 추구해 제품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불황형 소비 제품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점에서 남성들의 문구 사랑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루이비통 마르셀 발렛 트레이루이비통 마르셀 발렛 트레이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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