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일어나거나 고개 돌릴 때 어지럽고 눈 떨리면…혹시 이석증?

메슥거리고 구토 동반…빈혈과 증상 달라

50세 이상이 위험군, 여성이 1.6~2배 많아

56세 여성 A씨는 최근 잠을 자던 중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다가 어지럼증을 느껴 주저앉았다. 주변이 빙글빙글 돌고 구역질까지 났지만 5분 정도 안정을 취하자 괜찮아졌다. 평소 두통이 있었던 터라 일시적인 빈혈이나 저혈압이라고만 생각했지만 며칠 후엔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는 물론 돌아누울 때도 심한 어지럼증과 구역질·구토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석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이석(耳石)이 세반고리관에 잘못 들어가 발생

어지럼증 환자는 2008년 약 50만명에서 2012년 80만명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0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가장 흔한 게 이석증이다.

이석증은 일어나거나 움직일 때, 고개를 돌릴 때 매우 어지럽고 메슥거리며 구토·눈떨림(안진) 증상이 동반된다.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등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 주위가 빙글빙글 도는 회전감 있는 현기증이 1분 이내로 짧게 지속된다. 머리를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사라진다. 눈떨림이 이어지는 수 초 동안 초점을 유지할 수 없으며 같은 자세를 취하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반면 빈혈로 발생하는 어지러움증은 어질어질하고 식욕·활동이 줄며 기분이 좋지 않고 심박동이 빨라져 숨이 찬 느낌이 쉽게 든다. 또 감염에 대한 저항력이 줄어 피부·입안에 염증이 잘 생긴다.

<이석증이 생기는 귓속 전정기관의 구조><이석증이 생기는 귓속 전정기관의 구조>


이석증은 귀의 가장 안쪽 내이(內耳)에서 몸의 균형·평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 중 타원주머니(난형낭)에 있는 일종의 칼슘 덩어리인 이석(耳石)이 몸의 회전과 가속을 느끼는 세반고리관으로 잘못 들어가 생긴다. 세반고리관 중 어디로 들어갔는 지에 따라 눕거나 일어날 때 또는 돌아눕거나 고개·몸을 돌릴 때 어지럽고 눈떨림의 양상도 회전 또는 좌우로 다르다.

◇비디오 안진검사로 진단…자세요법으로 70~90% 효과


하지만 A씨처럼 이석증을 빈혈, 혈액순환 장애 정도로 생각하는 환자가 많고 엉뚱한 치료를 하는 의사들도 종종 있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이석증은 ‘비디오 안진검사기’를 눈에 씌운 뒤 다양한 자세로 환자를 눕혀놓고 눈떨림을 관찰해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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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증은 50세 이상 연령층에서 많이 발생한다. 나이가 들면 혈액순환이 나빠지고 타원주머니 등의 퇴행성 변화로 불완전한 이석이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정신경염, 중이염, 돌발성 난청 등 귀 질환을 앓은 뒤 △노화, 칼슘대사장애, 골다공증 △머리를 부딪쳐 충격을 받거나 물구나무 서기 자세 등을 오래 취할 때 잘 생긴다. 환자 연령대에 따라 여성이 남성의 1.6~2배쯤 된다.

이석증은 대개 2주~한달 정도면 자연치유된다. 하지만 급성기에는 약물치료를 한다. 대개 큰 후유증은 없다.

세반고리관으로 잘못 들어간 이석을 빼내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자세요법을 거듭하면 70~90%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요법도 있다. 앉은 자세에서 고개를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돌리고 천장을 보면서 한쪽으로 30초~1분 정도 누워 있다가 반대쪽 방향으로 같은 동작을 취한 뒤 일어나길 아침·저녁으로 10회씩 되풀이하면 이석을 세반고리관에서 빼내는 데 도움이 된다. 목·허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임기정 고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이석증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비디오 안진(눈떨림)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대 안암병원임기정 고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이석증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비디오 안진(눈떨림) 검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대 안암병원


◇50%는 5년내 재발…심할 땐 약 먹으면 빨리 호전

이석증은 재발이 많다. 임기정 고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석증은 보통 수주 뒤 자연 치유되지만 50% 가량은 5년 안에 재발한다”며 “증상이 나타날 때 의사가 처방한 어지럼증 조절 약을 먹고 적당한 휴식·수면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치료받은 뒤에는 하루 정도 상체를 45도 정도 높인 자세로 쉬는 게 좋다.

어지럼증 조절약은 증상이 심한 급성기에만 사용해야 하며 장기 복용하면 의존성이 생기거나 끊지 못하는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식사는 염분 섭취를 줄이고 고혈압이 있으면 조절할 필요가 있다. 과음·과로, 신경을 자극하는 커피·콜라·담배, 과도한 진정제·수면제 복용은 피해야 한다.

이석증 재발을 막을 특별한 예방법은 없지만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게 도움이 된다. 복싱 등 과격한 스포츠, 너무 오랫동안 자리에 누워있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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