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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 징계수위 논란] 부정회계 CEO, CFO에는 면죄부 주고 회계법인은 영업정지...가혹해

정황 발견하고도 '적정' 의견

금융당국, 고의 개입에 무게

안진 "회계사 개인 잘못으로

수천명 직원 피해 안돼" 항변

"4월 영업정지땐 사실상 폐업

1심 판결 5월 이후로 미뤄야"

징계 시기 놓고도 의견 분분



대우조선해양(042660)의 부실회계 감사 책임을 근거로 벼랑 끝에 몰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징계를 앞두고 금융당국과 회계업계가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의 부실감사가 고의냐 과실이냐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최고 중징계인 ‘영업정지’ 카드를 꺼내려고 하자 회계업계에서는 지나치게 과도한 처분이라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15일 회계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징계 수준을 논의하기 위한 감리위원회 개최에 앞서 딜로이트안진에 3~6개월 사이의 영업정지 조치가 취해질 것임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감리위 이후 증선위원회·금융위원회를 거쳐 오는 4월 중 딜로이트 안진의 징계를 최종 결정한다.


금융당국의 분위기는 강성이다. 5조원 규모의 분식회계에 대한 부실감사인 만큼 과징금과 함께 영업정지라는 초강경 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분식회계 정황을 발견하고도 ‘적정’ 의견을 준 것은 법인차원에서 방조한 조직적인 범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검찰은 배모 전 안진회계법인 이사를 구속기소하고 외부감사법·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엄모 상무이사, 임모 상무이사, 회계사 강모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하지만 딜로이트안진뿐만 아니라 회계업계도 이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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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딜로이트안진 사태에서 쟁점이 되는 부분은 고의와 중과실 해당 여부다. 둘 중 어떤 것으로 판단되는지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의 운명이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중과실의 경우 과실의 범위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고의로 판명될 경우 변명할 여지조차 없어진다. 금융당국은 회계처리 위반 사실을 알면서 이를 묵인 또는 공모해 부실한 재무제표를 작성했다며 고의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이에 대해 논란은 분분하다. 딜로이트안진은 법인의 개입이나 책임이 없었음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청년회계사회는 이와 관련, “불법의 근원인 회사에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들어가고 불법을 저지른 경영진은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데, 회계법인에만 영업정지를 내린다면 감사인의 독립성 훼손에 감독당국이 앞장서는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대우조선해양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대표와 김갑중 최고재무책임자(CFO)가 회계분식을 지시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분식회계 공모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다만 분식회계를 ‘묵인’했다는 이유 등을 들어 고 전 사장에는 10년, 김 전 CFO에는 7년형을 선고했다. 지시한 사람은 없이 대우조선해양 회계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분식회계를 했고 회계법인은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셈이다.

징계 시기도 논란의 대상이다. 금융당국은 기업들이 외부감사인과 계약을 맺는 시기인 4월 이후 결정이 내려지면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제재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딜로트안진은 법원의 1심 재판 결과가 5월21일 예정된 만큼 이후에 징계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법원의 유·무죄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징계가 내려진다는 것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지난 2001년 15억달러 규모의 분식회계 여파로 충격을 안겨줬던 미국 에너지 기업 엔론 사태로 대형 회계법인 아서앤더슨이 중징계를 받고 파산한 사례가 있다. 3년 뒤 아서앤더슨은 증거 부족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딜로이트안진이 4월께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딜로이트안진은 사실상 폐업이나 마찬가지 조치라고 회계업계는 보고 있다. 기업들이 3월 주총 이후 4월까지 감사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영업정지를 받을 경우 기간과 관계없이 딜로이트안진의 외부감사 기능은 공중분해된다. 대규모 인력 유출도 우려된다. 딜로이트안진 측은 일부 회계사의 잘못으로 다른 수천명의 직원들이 피해를 입는 것은 불합리한 처사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최중경 공인회계사회 회장은 “단순한 부실감사라면 법인의 업무정지 같은 제재는 책임 비례원칙에 맞지 않는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데 나머지 직원들에게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생존권 문제와 직결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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