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김정남 암살 4대 의혹 쟁점들] “체포 여성 北 아닌 베트남 여권 소지 … 남성 4명도 가담”





지금까지 나타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46) 피살 과정은 의문투성이다.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의혹이 많다.


김정남을 공격한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지, 공격 수단은 독침인지 아니면 스프레이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왜 하필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를 시도했는지도 의문이다. 아들 김한솔 등 김정남 가족들의 소재와 안전 여부에 대한 추측도 분분하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4대 의혹 쟁점을 정리해봤다.

①살해 용의자 누구인가…여성 2명, 남성 4명 용의선상 올라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씨 피살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은 용의자가 북한 신분이 아니라 동남아 출신으로 밝혀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이 자신들의 행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우회전술을 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우선 여성 2명과 남성 4명이 용의선상에 올랐다. 15일 주요 외신과 말레이시아 언론에 따르면 현지경찰은 이들 6명을 ‘김정남 피살’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김정남 피살현장 근처의 공항 폐쇄회로TV(CCTV)에 포착된 6명을 추적해왔으며 이 가운데 여성 한 명을 사건 현장 근처인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내 저가비용항공사(LCC) 전용 터미널에서 체포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여성이 1988년생(29세)으로 고향이 베트남 북부도시인 남딘이라고 설명했다. 이 여성은 체포 당시 ‘도안 티 흐엉(Doan Thi Huong)’이라는 이름이 기재된 베트남 여권을 소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과는 별개로 경찰은 용의자들을 태운 택시 운전사 1명을 붙잡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체포된 여성이 김정남을 독살한 것으로 알려진 여성과 동일 인물인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②살상 도구는 … “스프레이 공격 받아 사망 유력”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쿠알라룸푸르 공항에 있던 김정남에게 두 여성이 다가왔고 이들 중 한 명이 김정남과 신체를 접촉했다. 이때 공격이 이뤄진 것으로 보이는데 근접공격을 위한 도구로 볼펜 모양의 독침이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다수의 국내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도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독이 든 펜이 이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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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들은 독극물을 바른 천 또는 독 스프레이가 공격 수단이라고 전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경찰 관계자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김정남의 머리가 액체에 젖은 것으로 보이는 천에 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경찰은 현지매체 ‘더스타’에 “김정남은 ‘누군가가 얼굴에 액체를 뿌렸다’고 말하면서 도움을 청했다”고 증언했다.

사용된 독은 ‘브롬화네오스티그민’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독침 공격에 전통적으로 이용한 맹독이다. 몸무게가 100㎏인 사람의 경우 10㎎만 체내에 들어와도 10분 안에 사망한다.

③왜 말레이시아인가 … 北과 무비자 협정으로 공작원들 주요 활동 거점

말레이시아는 북한 공작원의 주요 활동 거점이다. 한 북한 문제 전문가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상호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면서 “북한 여권을 가진 사람이 비교적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바로 말레이시아”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14일 밤 긴급회의를 한 뒤 “말레이시아는 늘 대북 문제의 비공식 접촉 같은 것들이 이뤄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에도 북미 간 비공식 접촉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렸다. 또한 중국 측은 김정남에 대한 경호를 제공하고 있어 중국령 마카오를 포함한 중국 내에서 범행을 성공하기 어렵다. 김정남에 대한 공격은 공항에서 이뤄졌다. 그의 항공 스케줄 등 미래의 동선을 파악해야만 할 수 있는 공격이다. 공격자들은 오랫동안 말레이시아에 머물며 김정남의 움직임을 모두 파악했던 것으로 관측된다.

④김정남 남은 가족은…아들 김한솔 등 마카오에서 중국 신변보호 받아

김정남 피살로 남은 가족들의 행방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 당국이 체제 공고화를 위한 목적에서 김정남을 살해했다면 곧바로 남은 가족들이 다음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김정남의 본처와 아들 1명이 중국 베이징에, 후처와 1남 1녀는 마카오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후처의 자식인 김한솔(22)은 파리 유학을 마치고 마카오로 돌아와 생활하고 있으며 두 가족 모두 중국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이며 마카오 또한 중국 영토라는 점에서 북한이 섣불리 다음 행동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북한 내부사정에 정통한 중국 소식통은 “김정남 가족이 머무는 지역의 공안(경찰)과 정보기관이 합동으로 가까운 거리에서 지속적으로 관찰하는 것으로 안다”며 “핵실험 등 북한 관련 예민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는 더욱 인접한 거리에서 보호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맹준호·나윤석기자 next@sedaily.com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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