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정책이 차기 대통령선거의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우리의 청년 실업률이 10.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는 자료가 아니더라도 ‘일자리 문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수긍하고 있는 최대 현안이자 과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기 대권을 잡겠다는 대선 주자 입장에서는 일자리 정책을 빼고 대선 공약을 만드는 것을 생각할 수 없다.
이 분야에 대한 스타트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끊었다. 대선 주자 중 처음으로 지난달 18일 일자리 공약을 발표했다. 문재인 표 일자리 정책은 공공 부문에서 81만개, 노동시간 단축으로 50만개 등 총 131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공공 부문 일자리가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OECD 회원국 평균이 21.8%인 데 비해 한국은 7.6%밖에 되지 않아 공공 부문 일자리 비율을 3%포인트만 올려도 81만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소방·경찰·복지 등 공무원 수가 부족한 부문의 충원 필요성을 보충 설명했지만 당장 경쟁 주자들의 반박과 반대가 터져 나왔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될 뿐더러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국민 기만정책”이라고까지 했다. 문 대표와 경쟁하면서 지지세를 넓혀가는 안희정 충남지사도 “공공 분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좋은 일자리가 아니다”라며 비판했고 “시장과 기업의 영역에서 다양한 창업과 투자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가 가장 유효한 일자리”라고 대안까지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이후에도 노량진 학원가를 찾아 공시생(公試生)들에게 “공무원 정원을 대폭 늘리는 게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출발점”이라고 재차 강조했고 안 지사도 벤처기업단지와 대학교를 찾는 등 이 분야에서 차별화된 행보를 하고 있다.
일자리 정책 논란에서 주목할 점은 대선 공간에서의 ‘공론화(公論化)’다. 그나마 최순실 사건 이후 ‘현 정권 심판론’ 일색으로 치닫던 정국 분위기가 이제 현실과 미래의 문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자리 정책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사안이 아니다. 자원을 투입하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경제정책의 결과로서 일자리 확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 관료들은 “대부분(일자리 정책이) 임시변통이며 사실 실체는 없다”고까지 말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747 정책(성장률 7%,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강국)’과 이를 약간 뒤튼 현 정부의 ‘474 정책(잠재성장률 4%, 고용률 70%, 국민소득 4만달러) 등 모두가 성장 정책을 주(主)로 하고 일자리 정책은 부(副)로 했다. 그럼에도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이제 일자리 확대정책은 선거공약의 단골 소재가 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해 미국 대선과 영국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투표 결과도 결국 유권자들의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기대나 전망이 승패를 갈랐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이런 기류는 본말이 뒤바뀌었을 뿐 아니라 불온하다. 결국 근본적 해법인 성장 방안을 찾기보다 손쉬운 대증요법(일자리 정책)을 정치인들이 선거에 이용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당장 유권자의 마음을 사겠다는 포퓰리즘적 사고가 깔려 있다. 이런 식의 일자리 정책은 “청년의 눈물을 닦아 준다”는 선동적인 구호만 있을 뿐이다. 그런 흐름에서 문 전 대표는 일자리 공약을 전면 ‘리셋’해야 한다. 일자리 대책의 해법은 그렇게 편의적으로 책상에서 접근할 사안도 과제도 아니라는 점은 국민 대다수는 알고 있다. 경제에서 바퀴(성장)가 빠진 수레는 절대 굴러가지 않는다. 그래야만 문 전 대표 지지자에 대한 일말의 책임이며 아직 “문재인은 절대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반대자들의 진정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그렇다./온종훈 논설위원 jh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