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튀어나온 허리·목 디스크 플라즈마 시술로 “원위치”

찢어진 디스크는 고주파로 ‘땜질’

이상헌 고대 안암병원 교수가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플라즈마 카테터’로 신경을 짖누르는 디스크 내부의 수핵 일부를 제거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대 안암병원이상헌 고대 안암병원 교수가 허리 디스크 환자에게 ‘플라즈마 카테터’로 신경을 짖누르는 디스크 내부의 수핵 일부를 제거하는 시술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고대 안암병원




허리 디스크(추간판)가 삐져나와 척수신경을 누르는 바람에 통증에 시달려온 여성 A씨(57). 최근 고대 안암병원에서 이상헌 척추통증센터 교수(재활의학과)로부터 40분가량 ‘플라즈마 수핵 제거 시술’을 받고 고질적인 통증이 사라졌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200만원가량 하는 비용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피부를 절개하는 수술이 아니어서 심적 부담도 적었다.


◇병원 찾는 디스크 환자의 15%가량이 적용대상=안암병원 연구부원장인 이 교수가 개발한 이 시술법은 척수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 부위의 수핵을 플라즈마 불꽃으로 제거해 디스크가 신경을 누르지 않게 해준다. 긴 주사바늘(지름 1㎜) 모양의 트로카를 디스크 안까지 찔러넣어 ‘L디스크’ 카테터가 들어갈 공간을 확보한 뒤 카테터 끝부분 전극에 4,000℃의 플라즈마 불꽃을 발생시켜 수핵 성분을 이산화탄소·산소 등으로 기화시켜 밖으로 배출한다. 종양 등을 고주파 바늘 전극으로 태워버릴 경우 유해가스와 탄소 덩어리가 남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플라즈마 시술을 하는 부위가 1~2㎜만 떨어져 있어도 조직이 시술로 인해 손상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 교수는 코스닥 상장기업 유앤아이와 함께 이 의료기기를 개발한 장본인이다. L디스크는 허리·목 디스크 치료에 유용한 플라즈마 시술은 물론 수핵을 감싸고 있는 단단한 섬유막인 섬유륜이 찢어져 수핵이 새어나오는 것을 막는 ‘고주파 수핵 응고 시술’에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찢어진 섬유륜과 인접한 수핵을 50~80도의 고주파 열로 응고시켜 수핵이 흘러나오지 않게 섬유륜 안쪽을 틀어막는 방식이다. 찢어진 섬유륜 자체를 땜질하는 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디스크 질환에 대한 플라즈마·고주파 시술 대상은 병원을 찾은 허리·목 디스크 환자의 15%쯤 된다. 주사·물리치료 등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나아지지 않지만 수술까지는 필요하지 않는 이들이다. 디스크로 보행·배뇨장애 등이 생기면 반드시 수술을 해야 한다.

이 교수는 “디스크 환자의 80~90%가량은 보존적 요법으로 증상이 호전된다”며 “나머지는 과거 내시경·현미경 수술 등의 대상이었지만 이 가운데 80%(디스크 환자의 약 15%)는 L디스크 시술로 간편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허리 디스크 안으로 ‘플라즈마 카테터’를 넣어 척수신경을 누르는 부위의 수핵을 섭씨 4,000도의 플라즈마 불꽃으로 기화시키는 모습. 이 시술을 하면 신경을 누르던 디스크 부위가 수축돼 통증이 개선된다.허리 디스크 안으로 ‘플라즈마 카테터’를 넣어 척수신경을 누르는 부위의 수핵을 섭씨 4,000도의 플라즈마 불꽃으로 기화시키는 모습. 이 시술을 하면 신경을 누르던 디스크 부위가 수축돼 통증이 개선된다.


◇디스크에 뚫는 구멍 지름 1㎜ vs. 3~5㎜=이들은 그동안 피부를 절개해 뒤쪽 근육을 제끼고 뼈 일부를 깍은 뒤 디스크에 가로·세로 3~5㎜구멍을 내 수핵 일부를 뜯어내는 수술 등을 받아야 했다. 당연히 수핵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다. 디스크 환자는 그러잖아도 노화로 섬유륜이 찢어져 수핵이 새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작지 않은 구멍까지 냈으니 유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디스크가 다시 튀어나올 것에 대비해 수핵의 4분의 3가량을 뜯어내는 사례도 흔했다. 수술을 해도 아플 수밖에 없고 디스크가 제 기능을 하기도 어렵다.


이 교수는 “L디스크 시술 성공률은 85%쯤 돼 완벽하진 않지만 꽤 유용하다”며 “시술 후 2개월 정도 허리강화 운동을 하면 재발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리강화 운동을 하지 않으면 척추와 디스크가 흔들리면서 디스크를 척수신경쪽으로 밀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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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보존적 치료를 할지, L디스크로 시술할지를 정하는 기준은 일률적이진 않다. 다만 튀어나온 디스크의 부피가 대략 가로·세로·높이 5㎜(125㎣)를 넘으면 시술 또는 수술을 고려한다

이 교수는 디스크와 함께 허리·목·다리통증을 유발하는 양대 질환인 척추협착증을 좀더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기도 유앤아이와 함께 개발 중이다. 퇴행성 변화로 V자 모양의 황색인대가 두꺼워져 척수신경을 누르면 통증과 저린 증상이 나타나므로 그 부위의 황색인대 일부를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이다.

※추간판탈출증이란

허리·목 디스크가 퇴행성 변화 등으로 삐져나와

척수신경 압박…보호막인 섬유륜 찢어지기도

허리·목 디스크는 허리·목뼈 사이의 물렁뼈 조직인 디스크(추간판)가 삐져나오면 주변의 척수신경을 압박해 통증이 생긴다. 외상이나 격한 운동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노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가 원인이다.

퇴행성 변화는 추간판의 구성 요소인 수핵과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단단한 섬유막인 섬유륜 모두에서 일어난다. 수핵은 물·콜라겐을 흠뻑 머금은 솜뭉치 같다. 매우 끈적하고 젤리처럼 말랑말랑하다. 하지만 퇴행성 변화로 수분이 줄어들고 콜라겐 성분이 증가하면 푸석푸석해져 추간판에 가해지는 압력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게 된다. 섬유륜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 때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섬유륜이 찢어지거나 척수신경이 있는 등쪽으로 밀려난다.

허리 디스크인지, 척추관협착증인지를 구분하려면 누워서 무릎을 펴고 다리를 들어 올렸을 때 제대로 올라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허리 디스크라면 다리를 올렸을 때 35~70도 이상 올라가지 않으며 엉덩이·허벅지와 발까지 땅기는 듯한 통증이 나타난다. 척추관협착증은 통증 없이 70도 이상 들어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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