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마음코칭] '좋은 벼슬'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동봉스님 우리절 주지

좋은 벼슬은 주어지는 것 아냐

자리 걸맞게 스스로 갈고 닦아

소통 돕고 국민에 봉사하는

훌륭한 '호작' 많이 나오기를

동봉스님


벼슬(爵·official rank)은 녹봉(祿俸)을 받고 군주를 도와 백성들을 살피는 자리다. 도움의 손길(爪)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두루 살필(?) 일이다. 그리하여 위로는 군주(艮)에게 백성의 원망이 닿지 않게 하고 아래로는 온 나라 백성들에게 군주의 폭정이 이르지 않게 힘써야 한다.

또한 백성들의 바람이 군주에게 그대로 전해지도록 하고 아울러 군주의 아름다운 덕화가 백성들에게 고루 미치게 해야 한다. 따라서 벼슬을 하는 이는 백성들에 대한 군주의 큰 덕화(?)도, 임금에 대한 백성들의 작은 바람(寸)도 벼슬의 한계(艮)를 극복하며 조화(爪)를 이룸이 소임이고 역할이다.


벼슬하는 사람은 한계(艮)를 느끼는 만큼 어질(良)어야 한다. 어진만큼 늘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 한계가 없으면 군주와 백성을 우습게 보고 군주와 백성을 우습게 보는 이는 나라와 백성을 멋대로 부리려 한다.

벼슬 작(爵)자를 ‘작’이라 발음한 것은 참새들의 지저귐 ‘잭잭’에서 따온 것이다. 중국어 발음은 ‘줴(jue)’인데 ‘줴줴’나 ‘작작’이나 의성어인 것만은 같다고 하겠다. 좋은 벼슬에는 다섯 가지 지위가 있다. 아래 영문 빗금 왼쪽은 벼슬자리(爵位)고 오른쪽은 배우자다. 배우자도 똑같이 책임이 따른다.

1815A23 마음


1. 공작(公爵,duke/duchess)

2. 후작(侯爵,marquis/marchioness)


3. 백작(伯爵,earl/count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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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작(子爵,viscount/viscountess)

5. 남작(男爵,baron/baroness)

우리말 ‘벼슬’은 ‘수탉 벼슬’에서 온 말이다. 암탉도 벼슬이 있지만 볼품이 없다. 닭 벼슬을 우습게 보고 있으나 수탉 벼슬은 실로 장관이다. 이 벼슬을 보고 생각한 게 ‘갓 관(冠)’이고 ‘관’은 소릿값이 같은 ‘벼슬 관(官)’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관(官)은 관(冠)과 마찬가지로 머리에 쓰는 모자며 장신구다. 이 관(冠)이 그대로 감투로 이어진다.

좋은 벼슬(好爵·high official rank)은 어떤 벼슬일까. 차관이나 장관 등 국무위원일까. 아니면 대법관일까. 검경의 총장이거나 구태여 벼슬은 아니라 하겠지만 국회의원일까. 국회의장일까.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중 하나일까. 대통령일까.

아무리 좋은 벼슬이라 하더라도 높은 자리인 만큼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갈고 닦고 연구함을 ‘찬작(鑽灼)’이라 한다. 벼슬은 주어지는 게 아니라 찬작하는 자리다. 본디 좋은 벼슬이란 없다. 스스로 만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좋은 벼슬이다.

찬작하지 않고 ‘천작(天爵)’을 바랄 수 없고 천작 없이 인작(人爵)을 바랄 수 없다. 인작이 아무리 중하다 하더라도 호작(好爵)으로 다듬어가지 않는다면 아예 높은 자리에 나가지 않음만 같지 못하다. 저절로 주어진 호작은 없다. 청렴을 바탕으로 언제나 백성들과 함께할 때 호작이 돼 빛나고 오래갈 것이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만19세 이상이라면 누구나 참정권이 있다. 표를 던질 수 있고 후보로 출마해 표를 받을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나라와 국민 간의 아름다운 소통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호작들이 많이 나와줬으면 싶다. 좋은 벼슬은 만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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