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사정(司正)권한을 남발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해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19일 오후 우 전 수석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불출석)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인 최순실씨의 각종 비리를 묵인·방조하고 각종 검찰 수사에 개입한 혐의 등이다.
한 차례 소환조사 후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사정업무를 총괄한 우 전 수석의 권한 남용 행위를 무겁게 처벌해야 한다는 특검팀 내부의 기류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특검팀은 당초 우 전 수석을 한 차례 더 소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남은 수사기간이 많지 않다는 점 등을 고려해 ‘한발 빠른 결단’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수석은 최씨의 국정농단을 방기해 이번 사태의 주 책임자 중 하나로 지목됐다.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들여다보던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의 해임을 주도하는 등 내사를 방해한 의혹도 있다. 2014년 6월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해양경찰의 책임을 수사한 광주지검에 전화를 걸어 수사를 중단하도록 외압을 넣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밖에 정부 정책에 비협조적인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5명 좌천 인사에 개입됐다는 주장도 있다.
가족회사인 ‘정강’의 자금 유용과 아들의 의경 복무 시 보직 특혜 의혹 등도 수사 대상에 있으나 특검은 일단 개인비리보다는 공무비리에 초점을 맞춰 수사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번 구속영장 혐의에서는 배제했다.
특검팀은 전날 오전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 혐의의 피의자로 소환해 19시간여 동안 고강도 조사한 뒤 이날 오전 돌려보냈다. 우 전 수석은 오전 4시44분께 조사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씨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았냐’는 질문에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는 21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밤 늦게 결정될 전망이다. 탁월한 법 지식으로 ‘법 미꾸라지’라는 별명까지 붙은 우 전 수석인 만큼 구속영장 발부 전망은 엇갈린다. 특검이 구속에 성공하더라도 남은 수사기간이 많지 않아 향후 재판 과정에서 공소유지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